美 "화웨이 칩 쓰면 제재"…관세전쟁 멈춰도 中 반도체는 때린다

5 hours ago 1

< 사우디 간 美 빅테크 수장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왼쪽 첫 번째)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포럼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사우디 간 美 빅테크 수장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왼쪽 첫 번째)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포럼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 어디에서든 화웨이 어센드 칩을 사용하면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산 반도체라도 미국 기술이 들어갔다면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이라는 논리로, 중국산 인공지능(AI) 칩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이 중국과 90일간 관세 전쟁 휴전에 합의했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화웨이 겨냥…수출 통제 강화

美 "화웨이 칩 쓰면 제재"…관세전쟁 멈춰도 中 반도체는 때린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국가별 등급에 따른 AI 수출 통제 정책 폐기를 발표하면서 화웨이 칩 사용 제한 등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내놨다. BIS는 우선 화웨이 어센드 칩을 사용하는 것은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센드 칩을 포함한 중국산 고성능 칩이 미국산 소프트웨어, 설계 도구(EDA), 미국산 반도체 장비 등을 사용해 설계·생산됐다면 이는 미국 수출 통제법을 위반한 것이란 논리다.

BIS는 이날 산업계에 이 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제공하며 수출 통제 규정 위반 가능성이 높은 칩으로 화웨이 어센드 910B·910C·910D 시리즈를 적시했다. 최근 중국에서 AI 훈련과 추론용으로 널리 활용되며 엔비디아 제품의 대체재로 주목받았다.

미국 테크 전문 매체 WCCF테크는 “화웨이의 AI 칩이 공식 문서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사례일 것”이라며 “이는 어센드 AI 라인업이 상당한 발전을 이뤘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칩이 중국 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 BIS는 미국 AI 칩이 중국의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사용될 때 발생할 결과를 기업과 소비자에게 경고하기로 했다. 중국이 제3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의 첨단 AI 칩을 확보하는 우회 전략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中 반도체 자립’ 경계

미국 상무부의 이날 발표는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화웨이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를 대체하기 위해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 생산, 패키징 등 전 공정을 중국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화웨이가 선전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위성사진이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도되기도 했다.

테크업계와 각 사의 자료를 종합하면화웨이 최신 반도체 ‘어센드 910C’의 성능은 엔비디아 대표 제품인 ‘H100’의 60~80%까지 올라왔다. 가격은 H100의 70~80%로 저렴하다. 최근 글로벌 AI 시장에서 주목받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AI 개발 과정에선 저사양 엔비디아 반도체를 썼지만 AI 서비스 과정에선 화웨이 제품을 사용했다.

화웨이가 지난달 최신 AI 칩 ‘어센드 910D’ 개발 초기 단계에서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중국 기술 업체들과 접촉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이르면 이달 말 첫 샘플 제품을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이 칩이 엔비디아 주력 제품인 H100보다 강력한 성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이번 조치가 반도체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조나 청 J&J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어센드 칩은 화웨이 자체 수요도 충족하지 못할 만큼 공급이 부족해 해외 칩 공급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오히려 중국을 공급망에서 제외하려는 미국의 수출 규제가 중국 반도체산업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중동 우방엔 칩 수출 늘려

BIS의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과 맞물려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동행했는데, 엔비디아는 이날 사우디 국부펀드 소유 기업인 휴메인에 최신 AI 칩인 GB300 블랙웰 1만8000개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어 향후 수년간 수십만 개의 첨단 칩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칩은 사우디가 AI 육성을 위해 짓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를 100만 개 이상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거래를 추진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AI 반도체 수출 통제에서 허용된 것보다 4배가량 많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AI 칩은 막으면서 미국산 AI 칩 수출은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황 CEO 등 미국 빅테크 CEO들이 최근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이기려면 결국 미국이 세계 시장에서 더 많은 AI 칩을 공급해야 한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경제/김주완 기자 hankyung@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