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크 일자리 올 12만개 증발…'AI발 감원'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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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크 일자리 올 12만개 증발…'AI발 감원' 본격화

MS도 엑스박스 3200명 해고
팬데믹 첫해 규모 이미 추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테크 기업들의 감원 바람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의 고용정보 사이트 '레이오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테크 업계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벌써 12만개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첫해인 2020년의 감원 규모(8만여 개)를 반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AI발 인력 감축은 해고가 어려운 구조인 한국에서는 아직 미풍에 그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폭풍이 된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6일(현지시간) 전체 인력의 2.1%에 해당하는 48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게임 사업을 담당하는 엑스박스 부문 감원 규모가 3200명에 달한다. 엑스박스 전체 인력의 5분의 1을 한꺼번에 해고하는 것이다. MS는 "이들의 자리를 AI가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AI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상당수 일상 업무가 자동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대목은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와중에 AI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인력을 줄이는 '흑자형 구조조정'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방식이어서 과거와 결이 전혀 다른 '고용 한파'가 불어닥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원 줄 돈으로 차라리 AI 투자"…더 센 구조조정 나선 美 빅테크

 투자은행 DA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이사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MS는 AI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력을 줄여왔다"며 "이번 감원 역시 AI 투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CNBC는 "현재 테크 업계 고용 한파는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가장 혹독한 수준"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기업들이 자금난에 몰려 사람을 줄인 뒤 비교적 빠르게 재고용에 나섰지만 지금은 한 번 잘린 이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I가 일자리를 없애는 동시에 재취업 문까지 좁히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지난 6월 190만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27.3%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빼면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엑스박스가 감원의 표적이 된 것은 게임 사업이 MS 내에서 수익성이 낮은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아샤 샤르마 엑스박스 대표는 "엑스박스 역사상 가장 큰 구조조정"이라며 "오늘날 우리 사업은 건강하지 않다. 유사 플랫폼·기업보다 3~10배 낮은 이익률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진의 뿌리는 콘솔 경쟁에서의 열세다. MS는 2023년 액티비전블리자드를 MS 역사상 최대 규모인 687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수백억 달러를 게임 부문에 쏟아부었지만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 닌텐도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엑스박스 시리즈 판매량은 PS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감원은 MS만의 일이 아니다. 오라클은 최근 1년간 2만1000명(13%)을 줄였고, 메타는 약 8000명(10%)을, 아마존은 올해 1월에만 본사 인력 1만6000명을 감축했다. IBM, 페이팔, 인튜이트 등도 AI 전환을 내세워 대규모 감원 대열에 합류했다. 스냅은 지난 4월 전체 인력의 16%에 해당하는 1000여 명을 내보내면서 감원 사유로 AI 기술 발전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같은 기간 오히려 사상 최고 수준의 매출과 이익을 기록했다. 재취업 정보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지난 5월 테크 업계 구조조정은 수년 만에 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감원 사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이 AI였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 서울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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