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NK뉴스는 11일(현지 시간) 익명의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에게 대화를 시도하기 위한 친서를 썼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이뤄졌던 북미 대화를 다시 시작하기 위함이라고 NK뉴스는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뉴욕 주재 주유엔 북한대표부를 통해 친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북측에서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 국무부는 이와 관련해 “어떤 잠재적인 외교 소통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끼며 백악관에 문의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백악관도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NK뉴스는 밝혔다.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김 위원장에게 대화 ‘러브콜’을 보냈지만, 상당 기간 북측이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친서 수령 거부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김 위원장과 ‘러브레터’(연애편지)로 불린 친서를 27통 주고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진전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친서 수령을 거부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김정은은 2018년이나 2019년보다 지금 트럼프를 훨씬 덜 필요로 한다”고 NK뉴스에 말했다.
탈북한 뒤 국내에 정착한 류현우 전 주쿠웨이트북한대사관 대사대리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줄지 알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북한군 파병으로 러시아와 밀착한 상황이기에 미국과 급하게 관계를 발전시킬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과거 백악관이 두 사람의 친서 내용을 공개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전문가인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번 백악관은 서한 자체를 포함해 많은 정보를 공개했다”며 “북한은 문서 흔적이 남는 데 주저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또한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시간을 끌며 협상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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