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상장된 여행·레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일제히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R(경기 침체)의 공포’가 확산하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탓이다.
16일 ETF체크에 따르면 미국 여행·레저 관련 ETF 8개 종목의 최근 한 달(2월 18일~3월 14일)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였다. 낙폭이 가장 큰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여행·휴가 불 2X’ ETF(티커명 OOTO)다. 글로벌 여행 관련 기업의 일별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한 달 사이 29.02% 급락했다.
‘디렉시온 데일리 여행·휴가 불 2X’의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다. 2월 18일 160.6달러이던 에어비앤비 주가는 이달 14일 122.86달러로 한 달 새 23.5% 떨어졌다. 글로벌 호텔 체인인 힐튼호텔(-14.69%)과 메리어트인터내셔널(-15.71%), 테마파크·크루즈 사업 등을 영위하는 월트디즈니(-9.97%) 등 비중 상위 종목의 주가가 일제히 꺾여 ETF 수익률도 흔들렸다.
항공주 주가도 내림세를 보였다. 미국 경기 불황으로 여행 수요가 감소한 데다 국제 유가까지 올라서다.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은 지난 한 달간 각각 28.65%, 27.34% 급락했다. 같은 기간 아메리칸항공은 32.40% 떨어졌다. 올 들어 항공기 사고가 잇따른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군용헬기와 아메리칸항공 항공기가 충돌해 승객 전원이 사망했고,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델타항공 항공기가 착륙 중 뒤집어졌다. 아메리칸항공과 델타항공 등은 최근 1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항공주에 집중 투자하는 ETF 수익률도 휘청이고 있다. ‘US 글로벌 제트’ ETF(티커명 JETS)의 지난 한 달간 낙폭은 16.47%에 달한다. 또 다른 항공 관련 ‘테마 에어라인즈’ ETF(티커명 AIRL)도 같은 기간 9.06% 하락했다.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숙박·온라인여행플랫폼(OTA) 종목을 묶은 ‘어드바이저셰어스 호텔’ ETF(티커명 BEDZ)도 한 달간 15.79% 내렸다. 트립닷컴(-10.34%), 부킹홀딩스(-13.15%), 익스피디아그룹(-20.62%) 등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글로벌 OTA의 주가가 일제히 떨어진 영향이다.
월가에서는 여행·레저 관련주의 반등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부터 미국이 본격적으로 다른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는 만큼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재차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부과하는 관세 여파가 미국 소비자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여행·레저 수요도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