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율 43.5%… 보수당과 2.1%P차
카니, 승리연설서 “美와 옛 인연 끝”
과반 확보엔 실패, 보수당 협조 필요
28일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2015년부터 집권 중인 중도 좌파 성향의 자유당이 제1당에 올랐다. 다만 자유당은 하원 전체 343석 중 168석을 얻어 과반(172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향후 법안 통과를 위해 중도 우파 성향의 제1 야당 보수당의 협조가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듭된 주권 및 관세 위협에 따른 반(反)트럼프 정서와 자유당의 장기 집권 중 불거진 집값 급등, 고물가 등 경제난에 대한 심판론이 맞붙은 이번 선거에서 일단 반트럼프 진영이 우위를 점했다. 자유당을 이끄는 마크 카니 총리(사진) 또한 승리 확정 후 행정 수도 오타와에서 연설을 갖고 “세상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며 미국과의 관계가 예전 같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선 당일에도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기를 바란다”며 주권 위협을 거듭했다. 이에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 유권자의 이번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과 무역 파트너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일종의 ‘반대 투표’였다”고 꼬집었다.카니 총리는 “미국은 우리의 나라, 땅, 자원, 물 등을 원한다”며 “헛된 위협이 아니다. 미국이 우리를 소유하기 위해 우리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여기는 캐나다이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가 결정한다”며 거듭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피에르 푸알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는 “자유당 정권에 책임을 묻기 위해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대표직 또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록 제1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보수당의 득표율이 2021년 총선(33.7%) 때보다 8%포인트 가까이 올랐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의료 붕괴, 불법 이민자 급증 등으로 자유당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보수당에 지지율이 20%포인트가량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유권자들의 반미국 정서가 고조되며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캐나다와 영국 두 나라에서 모두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경제통’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맞설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주장해 왔다.카니 총리는 이날 영국 중앙은행 총재 시기에 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럽 주요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미국에 분노하고 좌절한 캐나다인의 심리를 카니 총리가 유리하게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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