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숙박 중개를 넘어 여행·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장을 선언한 것이다. 체험 상품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월가도 에어비앤비의 가치 재평가에 나섰다.
"에어비앤비, 주 1~2회 쓰는 필수 앱 만들 것"
2020년 글로벌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기업공개(IPO) 소식은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은 전 세계 여행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코로나19 사태에 전 세계적으로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에어비앤비의 상장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주당 146달러로 거래를 시작해 144.7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IPO 공모가인 68달러에서 112.8%나 뛰어오른 셈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와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도 큰 액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팬데믹으로 사업이 황폐해진 회사로서는 놀라운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에어비앤비의 수익 구조는 숙박 예약 중개를 통해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CNN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평균적으로 숙박비의 17%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직접 소유하거나 관리하지 않고 여행객과 숙박 시설을 연결해 수수료를 챙기는 사업 모델 덕분에 유지비 부담이 적고, 부동산 시장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에어비앤비는 올해부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올해 5월부터 신사업을 출범하고, 이를 확장하는 데 최대 2억5000만달러(약 3609억5000만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에어비앤비 앱을 여행과 일상생활을 모두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키워 아마존처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체스키 CEO는 에어비앤비가 매년 약 16억 대의 기기에서 사용되지만, 평균 사용 빈도는 1년에 한두 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이 에어비앤비를 일주일에 한두 번 이용하도록 만들겠다"며 "여행과 밀접한 영역부터 신사업을 시작해 향후 5년간 매년 한두 개의 신규 사업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 사업이 자리 잡고 성장하는 데 3~5년은 걸릴 것"이라며 "모든 사업이 성공하진 않더라도 성공하는 사업은 연 매출 1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어비앤비는 기존 숙박 사업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비용 효율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무궁무진한 체험상품 시장"…성장성에 주목한 월가
최근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에어비앤비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기존 165달러에서 185달러로 올렸다. 존 콜란투오니가 이끄는 제프리스 분석팀은 "팬데믹 이후 에어비앤비는 매년 10% 이상의 예약 성장률을 기록해왔다"며 "신규 마케팅 채널과 새로운 숙소 유형 도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에어비앤비는 투어와 당일 여행 등 여행 체험 상품의 수요를 확장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며 "체험 상품은 숙소 예약 전 게스트와 호스트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크로스셀(교차 판매)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프리스는 전 세계적으로 체험 상품에 연간 약 2600억달러(약 375조원)가 지출되지만, 이 중 온라인 예약은 약 700억달러(101조원·28%)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숙박은 온라인 비중이 65%에 달한다.
제프리스는 "2030년까지 체험 상품의 온라인 예약 비중이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500억달러(약 216조57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어비앤비의 온라인 체험 상품 시장 점유율은 현재 3% 수준에서 2030년에는 6%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외에도 제프리스는 스폰서 등록, 호스트·게스트 대상 서비스, 보험 등 수익 다변화 요소가 더해져 수익성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은 "에어비앤비의 핵심 숙박 사업만으로도 현재 기업 가치는 정당화된다"며 "체험 사업이나 수수료 인상 여력 등은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지적됐다. 에어비앤비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어, 환율 변동이 수익 지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회사는 1분기 매출을 22억3000만~22억7000만달러로 예상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22억9000만달러)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