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1100건 늘어 … 檢 책임론 부상
억울한 피의자에 국가배상 41% 급증
기계적 대법원 상고로 행정력 낭비도
◆ 묻지마 상고 ◆
검찰이 기소한 사건 중 1·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구속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돼 지급받는 형사보상금 규모도 증가 추세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낳은 부작용이다. 2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1·2심 전부 무죄가 선고된 건수는 지난해 3823건이었다. 2021년 2182건, 2022년 2123건, 2023년 2699건에서 급증했다. 지난해 1·2심 무죄 건수는 1심 5732건, 2심 1044건으로 각각 5년래 최대치다. 무죄율은 1심이 0.91%, 2심이 1.36%였다.
무죄율은 검찰의 수사 실력 및 자존심과 직결되는 문제다. 1% 안팎의 무죄율은 일견 낮아 보이지만 10년 전 1심 무죄율은 0.58%였다. 2000년 이전에는 무죄율이 0.5%를 밑돌았다. 이웃 일본의 경우 형사사건에서 무죄율은 0.1% 수준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속 재판했는데 무죄 판결이 났다면 수사 과정에서 무리한 게 많았다는 얘기"라고 했다.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가 난 피의자에게 지급하는 형사보상금은 지난해 89억원으로 1년 새 26억원 늘었다. 장 교수는 "굳이 구속할 필요가 없었는데 검찰이 무리하게 구속수사를 한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 보상이 많다는 건 무죄가 많이 났다는 얘기로, 검사의 공소 제기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신중하지 못한 기소를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관행적으로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고심은 사실관계를 새로 다투지 않고 법리 오해 등을 따지는 법률심인 터라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낮은데도 검찰이 기계적 상고를 하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항소심 결과 무죄가 났는데도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따라 검찰의 '묻지마'식 항소·상고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처리하는 사건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최근 무죄 선고가 늘어난 점이 더 우려스럽다. 지난해 검찰 처분 인원은 159만명으로 5년 새 77만명 감소했다. 검찰 처분 인원은 수사 대상자 중에서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을 내린 인원을 말한다. 검찰 안팎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1심 무죄율이 1%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자성도 나온다.
[권선우 기자 / 오수현 기자 / 이승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