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방위산업 대국’의 야심을 드러내면서 한국 업체들이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은 살상 무기 수출 규제를 철폐한 데 이어 미국과 첨단 무기를 공동 개발하기 시작했다. 중고 무기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은 글로벌 방산시장에 제한적으로 참여해 왔는데, 본격적인 플레이어로 뛰기 시작하면 K방산업체의 주요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방산시장에 뛰어들 경우 K방산과 직접적인 충돌이 예상되는 분야는 함정, 항공기, 미사일 체계 등이다. 그동안 살상 능력이 없는 무기에 한해 수출을 용인했던 일본은 지난달 21일부터 모든 무기의 수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했다. 중고 무기를 해외 국가에 양도할 수 있도록 자위대법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일본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잠수함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호주와 70억달러 규모의 차세대 호위함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 입찰에 참여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따내지 못한 사업이다. 한국 군함은 상대적으로 근해 작전에 특화돼 기동성이 높은데 당시 호주는 장거리 작전에 적합한 원양형 함정 기술을 더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의 방산 전략이 비슷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함정 등의 구매를 희망하는 국가에 무기체계를 공여하거나 저가에 판매해 시장을 선점하는 방식이다. 일본 방위성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국가 방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곳곳에서 한국과 일본 방산업체가 맞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항공기와 미사일 분야에서도 잠재적 경쟁이 예상된다. 일본은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으로 6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생산하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체계(GPI) 역시 미국과 공동 개발 중이다. 아직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의 초음속 전투기 KF-21나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등과 직접 경쟁할 단계는 아니지만, 서방 무기 공급망에 깊숙이 편입된 일본의 기술력은 중장기적으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 방산업체는 일본이 수출 경험을 쌓기 전 최대한 격차를 벌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 중동, 동남아시아 등에서 축적한 수출 실적과 빠른 납기, 가격 대비 성능 경쟁력 등 한국 방산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기술력과 외교력을 결합해 본격 진입하면 글로벌 방산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뀔 수 있다”면서도 “한국은 이미 검증된 수출 경험과 생산 역량을 갖춘 만큼 단기간에 우위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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