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최우선 처리’ 방침을 세웠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관들이 최종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종결한 뒤 거의 매일 평의를 열고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선고일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관들이 단순히 선고 시점과 순서를 조율 중인 게 아니라 선고할 주문, 즉 인용인지 기각·각하인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재판관 평의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지만 전·현직 헌재 관계자, 헌법재판 전문가들의 추정을 토대로 선고가 늦어지는 이유를 대략이나마 유추할 수 있다.
재판관들이 세부 쟁점, 특히 절차적인 쟁점에 관해 추가 검토 중일 것이라는 추정이 주로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이제까지 헌재가 다뤘던 어떤 사건보다 절차적 쟁점이 많아서다.
통치행위에 대한 사법심사 불가론, ‘내란죄 철회’ 논란, 수사기관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채택, 국회 일사부재의 원칙 준수 여부 등이 대표적 쟁점으로 여겨진다.
이 중 수사기관 조서의 증거 채택 문제는 헌재 판단의 기초 재료가 되는 ‘사실관계 확정’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연합뉴스에 “검찰 조서와 증언한 내용 중 뭘 믿어야 할 것이냐, 더 근본적으로는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게 맞는지 자체가 격론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사실관계 확정부터 다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급적 재판관들이 통일된 견해를 밝히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을 조율하느라 시간이 걸린다는 해석도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론을 내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고, 헌재를 둘러싼 여론 대립도 심화하자 헌재가 쟁점이 비교적 단순한 다른 사건부터 먼저 선고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지난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중앙지검장 및 조상원·최재훈 검사의 탄핵심판을 선고했다. 오는 24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사건도 선고할 예정이다.
한 총리 사건의 선고일이 24일로 지정됐기 때문에 윤 대통령 사건은 빨라도 26∼28일 중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26일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항소심 판결이 있는 날이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모의고사도 같은 날 치러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정들은 헌재가 선고 일정을 정할 때 진지한 고려 대상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연합뉴스에 “그 일정에 맞추려고 늦췄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결국 내부적인 의견 충돌이 어느 정도 정리되느냐(에 달렸다)”라며 “일주일 더 빨리하기 위해 무리하는 것보단 내부적으로 깔끔하게 정리해서 마무리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도 이 대표 항소심 선고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탄핵심판의 본질에 대해 과도하게 정치적이거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갖고 논하는 사람들의 착시현상”이라며 “(영향을) 끼칠 수 없고 끼쳐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