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각 가까워져" vs "별개 사안"…헌재 앞 긴장감 최고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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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장·검사3인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
시민들 "우리가 이겼다" vs "핵심은 尹" 대치
尹측, 선고 이후 "비상계엄 정당성 증명돼" 주장
여야도 헌재 인근에서 장외 여론전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 모습. /사진=이민형 기자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 모습. /사진=이민형 기자

헌법재판소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를 기각하자, 헌재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 참여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탄핵 반대 집회 참여자들은 "국민 여러분, 우리가 승리했습니다!"라고 외치며 환호했지만, 경복궁 인근 탄핵 찬성 집회 참여자들은 눈물을 글썽이거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헌재의 이번 선고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 혹은 우려를 내비쳤다.

이날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 직후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의 정당성이 점점 증명되고 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신속히 기각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여야 정치권은 헌재 인근에서 장외 여론전을 벌이며 총력전에 나섰다.

◆ 尹 지지자들 "대통령 탄핵 심판도 기각될 확률 높아졌다"

이날 헌재 인근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감사원장 및 검사 3인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 이전부터 긴장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헌재 앞에서 밤을 새웠다는 김병찬(72)씨는 "목숨 내놓겠다는 심정으로 나왔다"며 "오늘은 대통령 탄핵 심판의 리허설 느낌이 있다. 그래서 대통령 탄핵 심판만큼 오늘 결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터뷰를 요청하자 "지금 탄핵 심판 선고가 나오기 직전이니까 한 명이라도 더 힘을 보태서 재판관들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인터뷰를 거절하고 '탄핵 기각' 등의 집회 구호를 크게 외쳤다.

오전 10시께 최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 탄핵 소추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집회 참여자들은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일부 집회 참여자들은 "대통령 탄핵 심판도 기각될 확률이 높아졌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 지지자 A씨는 "모든 재판이 그렇듯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확실히 재판관들이 변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말고 목소리 내겠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지지자 B씨는 "확실히 전보다 재판관들이 우리들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고 느낀다"며 "대통령 탄핵 심판이 가까워진 만큼 오늘 우리 목소리를 크게 내 헌재가 기각 결정하면 앞으로 있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마찬가지로 기각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 尹 탄핵 찬성 집회 참여자들 "내란 우두머리만 파면되면 돼"

1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모습. /사진=이민형 기자

1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모습. /사진=이민형 기자

반면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참여자들은 감사원장 및 검사 3인에 대한 탄핵 소추가 기각됐다는 소식에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경복궁 인근에서 진행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신속 파면을 촉구하는 민족문제연구소 시국선언'을 지켜보던 김태준(65)씨는 "기각돼서 정말 안타깝고 슬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 씨는 "이럴수록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 내란 우두머리만 파면되면 된다"며 "오늘 결과와 대통령 탄핵 심판은 별개의 사안이다. 아무리 주변 사람들에 대한 탄핵 심판이 기각돼도 결국 윤 대통령 탄핵 심판만 인용되면 문제없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날 헌재의 판단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했다. 전라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C씨는 "아무래도 감사원장이랑 검사에 대한 탄핵 심판이 기각됐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는 않다"며 "힘이 빠지는 결과"라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헌법재판관에 대한 신변 위협이 계속되자, 재판관들이 이에 압박을 느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러한 압박이 결국 기각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전두환심판 국민행동' 대표 김명신(60대)씨는 "기각 결정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탄핵 반대 집회 참여자들이 재판관에 대해 위협을 일삼으니까 내가 재판관이어도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尹측 "비상계엄 정당성 증명돼"여야는 장외 여론전 '총력'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에서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삼보일배'에 나선 모습. /영상=이민형 기자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에서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삼보일배'에 나선 모습. /영상=이민형 기자

윤 대통령 측은 그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공직자 대상 연속 탄핵을 12.3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 중 하나로 꼽아왔다. 헌재가 이날 탄핵 심판 4건을 모두 기각하면서 윤 대통령 출범 후 헌재에 접수된 탄핵소추안 13건 중 결과가 나온 8건이 전부 기각됐다.

이에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 직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의 원인이 됐던 탄핵 8건이 기각되고 있다"며 "비상계엄의 정당성이 점점 증명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심판 기각 결정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회의 탄핵소추가 부당하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어느 정도 힘이 실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헌재가 이날 검사 3인에 대한 탄핵 사건에서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혀 아직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여야는 헌재 인근에서 장외 여론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에 참여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경닷컴에 "민주당이 그동안 29번의 줄 탄핵을 이어왔다. 줄줄이 기각될 것"이라며 "오늘 결과는 그 줄 탄핵의 줄을 완전히 끊어버린 것이다. 이제 국정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삼보일배'에 나섰다.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2500걸음을 걷고, 830배 절을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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