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일 비판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신당 창당을 선언하자 테슬라 주가가 7% 가까이 급락했다.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과 함께 테슬라 이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6.79% 하락한 293.94달러로 마감했다. 테슬라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500억달러(약 205조원) 증발했다. 최근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급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5일 두 사람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자 당시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14.26% 급락했고 이달 1일 머스크가 트럼프를 비판하면서 또다시 5.34% 하락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국정 의제가 담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미 의회를 최종 통과하자 지난 4일 SNS를 통해 신당 창당 온라인 투표를 했다. 5일에는 “오늘 아메리카당이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기자들과 만나 “터무니없는 일” “완전히 탈선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월가에서는 머스크의 정치 행보가 테슬라의 기업 가치에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이날까지 27% 하락했다. 테슬라 강세론자로 알려진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도 투자자 메모에서 “머스크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다”며 “이제는 테슬라 이사회가 개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테슬라 투자자의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투자사 아조리아파트너스는 이번 주로 예정된 ‘테슬라 콘벡시티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일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제임스 피시백 아조리아파트너스 CEO는 SNS에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와 만나 그의 정치적 야망이 CEO로서의 책임과 양립 가능한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민주·공화당과 경쟁할 수 있는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며 “전국적인 신당 창당은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신당 창당 관련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대부분 개념적 수준에 머물러 있고 구체적 실행 계획은 없다”고 보도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