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세 달간 식량·의약품 등 인도 지원을 목적으로 한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 신고 수리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내년 남북협력기금 예산을 확대했는데, 민간단체가 북측과 접촉해 인도 지원 사업이 재개되면 이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9일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보고한 '2025 북한 인권 증진 추진현황'에 따르면 통일부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 6월 3일부터 지난달 29일 기준 인도 지원을 목적으로 한 민간단체의 접촉 신고는 총 21건 수리됐다.
통일부는 경제·사회문화·인도 지원·개발 협력·이산가족 등으로 분류해 대북 민간 접촉 신고를 허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인 올해 1월~6월3일까지 접촉 신고 수리 건수가 총 9건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재명 정부 들어서 수리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정동영 "대북 인도 사업 재개시 남북협력기금 지원"
북한 주민 접촉 신고는 인도적 지원이나 문화 교류를 위한 1차 관문으로 꼽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이후 민간단체들의 대북 접촉을 적극적으로 허용했다. 정 장관은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정부가 민간인의 북한 주민 접촉 신고를 '수리 거부'할 수 있는 내부 지침을 폐기했다.
대북 민간 접촉을 전면 불허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전 정부에서 인도적 지원 목적의 접촉 신고의 경우 지난해 8월 북한이 큰 수해를 입자 예외적으로 수리한 이후 전무했다. 민간 남북 교류는 북한이 2020년 1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경을 폐쇄한 이후 전면 중단된 상태다.
통일부가 인도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의 신고 수리를 크게 늘리면서 향후 실제로 접촉이 이뤄질지에 주목된다. 통일부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민간 차원의 대북 접촉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며 "인도적인 접근 통로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향후 북한의 인도적 지원 수요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응을 위해 남북협력기금 가운데 긴급구호에 1122억원을, 민생협력 4759억원을 편성했다. 지난해보다 총 170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정 장관은 지난달 4일 대북 인도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단체를 만나 "북측과 접촉이 성사되면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공개하던 북한 인권보고서는 비공개
한편 통일부는 매년 북한인권법에 따라 북한 인권 증진 추진현황을 국회에 보고한 뒤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해 공개해 왔다. 다만 이번엔 북측의 입장을 고려해 북한 인권 증진 추진현황과 북한 인권보고서를 비공개하기로 했다.
통일부 북한 인권기록센터는 2017년부터 지난 7월 말까지 북한의 인권 실태 파악을 위해 북한이탈주민 총 3919명을 조사했다. 작년 7월 말 조사보다 조사 인원이 241명 늘었다. 조사기록 원본은 분기별로 법무부 북한 인권기록보존소로 이관돼 보관된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