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견제수위 높이는 EU "중국산 부품·원자재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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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제조 기업이 핵심 부품 조달처를 최소 3개 이상으로 다변화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산 부품 및 원자재 의존도가 커져 EU의 공급망 안보 리스크가 높아지고 산업 기반까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 기업에 공급망 다변화 강제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화학, 산업기계 등 일부 핵심 산업을 대상으로 특정 국가 및 특정 공급업체 의존도를 제한하는 신규 규제를 검토 중이다. 단일 공급처에서 조달할 수 있는 원자재 및 부품 비중을 30~40%로 한정하고, 최소 3개 이상 공급처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들 공급처가 모두 같은 국가에 집중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中견제수위 높이는 EU "중국산 부품·원자재 줄여라"

이번 조치는 중국의 핵심 기술과 원자재 수출 통제 강화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희토류와 일부 핵심 부품 수출을 제한하면서 유럽 자동차 생산이 일부 차질을 빚은 것이 계기가 됐다. 최근 중국산 저가 화학제품과 산업기계 수입이 급증해 EU 역내 제조업 기반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하루 10억유로에 달하는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고 중국의 ‘무역 무기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중국이 대규모 보조금을 바탕으로 제조업 생산 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유럽 산업 기반을 구조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중국 제조업의 보조금 문제를 지적해왔다.

◇ 쏟아내는 중국 견제 정책

여기에 더해 EU는 대중 관세 강화도 병행할 계획이다. EU 당국자에 따르면 EU는 중국산 화학제품과 산업기계에 징벌적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일반적인 반덤핑·상계관세 부과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해 최장 2년까지 걸리기 때문에 대응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1년 동안 EU는 중국 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견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산업가속화법(IAA)’은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핵심 원자재 4대 전략 분야에서 ‘유럽 내 제조’를 공공 조달과 보조금 수급 조건에 의무화했다. 세계 점유율이 40%를 넘는 국가의 기업은 사실상 입찰에서 배제하는 조항도 담았다. 중국 기업을 관련 공급망에서 분리하겠다는 의미다.

올해 1월 통과한 사이버보안법 개정안은 화웨이, ZTE 등을 ‘고위험 공급업체’로 규정하고 유럽 국가 통신망에서 단계적으로 퇴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달에도 EU는 역외보조금규정(FSR)을 발동해 리스본 지하철 사업에서 중국 하청업체 배제를 명령했다. 최근에는 중국산 승용·경트럭용 타이어에 최대 52% 잠정 반덤핑 관세를 통보했다. 지난해 5월 시행된 핵심원자재법(CRMA)은 2030년까지 전략 원자재를 단일 국가에 65% 이상 의존하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 한국에 기회 될까

이처럼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는 것은 기존 무역 방어 조치만으로는 중국의 가격 공세를 막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은 낮은 생산비를 바탕으로 관세 부담을 흡수하면서도 여전히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다.

EU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70여 개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핵심 원자재와 중간재 공급처를 우방국 중심으로 재편해 중국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관련 안건은 오는 29일 EU 집행위의 대중국 전략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달 EU 정상회의에서 더 구체적인 공급망 규제안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는 EU 움직임에 대해 “공정 경쟁을 명분으로 한 보호무역주의”라고 반발했다.

이런 EU의 움직임은 한국 산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 EU가 공급망 분산을 강제하면 유럽 기업은 기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신규 공급처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FTA 네트워크 활용 방침에 따라 FTA 체결국인 한국은 우선 검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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