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제성장률 5% 턱걸이
연말 부양책에 목표 달성했지만… 내수침체에 저성장 고착화 우려
트럼프, 韓에도 관세 폭탄 노골화땐… 中수출 부진속 美수출 약화 가능성
중국이 지난해 정부 목표치였던 5% 경제성장률을 턱걸이로 달성했지만 5% 미만 구조적 저성장이 고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내수 침체는 한국 수출의 타격을 의미한다. 여기에 중국의 ‘재고 떨이’ 저가 밀어내기 등은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한국 경제에 또 다른 난제로 부상할 전망이다.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2024년 국내총생산(GDP)이 한 해 전보다 5.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이 지난해 초 제시한 ‘5% 안팎’을 충족한 수치다. 최근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들을 조사해 전망한 4.9%도 근소하게 웃돌았다. 당초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고 내수가 부진하며 4%대 성장률이 예상됐지만 연말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일단 목표치는 이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을 피해 지난해 12월 수출 선적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 강경한 美 “中이 경기 침체 수출”… 올해 4%대 성장 전망
일각에선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실제는 더 낮을 것이란 의구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무역정책 교수 및 국제통화기금(IMF)의 전 중국 국장은 로이터에 “미온적인 내수, 지속적인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 불안정한 부동산 및 주식 시장 속에 있는 중국이 2024년 성장 목표를 정확히 달성했다는 것은 의심스럽다”며 “앞으로 중국은 심각한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적대적인 외부 환경에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중국에 대한 ‘적대적인 외부 환경’은 다음 주 20일(현지 시간) 예정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여러 차례 취임 첫날부터 중국에 보편관세 60%를 부과한다고 밝혀 왔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도 16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중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불균형적인 경제”라고 혹평하며 “중국이 심각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출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 시장에 값싼 물건을 퍼붓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강력한 제재를 선언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7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4.6%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이코노미스트 설문을 통해 올해와 내년 중국 GDP 증가율 전망치를 각각 4.5%, 4.2%로 제시했다.
● 韓 G2 수출 모두 ‘내리막길’ 공포중국의 저성장으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수출은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미 대중국 수출은 미중 갈등 속에 2021년 1629억 달러에서 지난해 1330억 달러로 쪼그라든 상태다. 반면 대미 수출은 7년 연속 늘어나 지난해 1278억 달러였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가 52억 달러로 2003년 이후 차이가 가장 좁혀졌다. 중국의 저성장과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으로 올해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추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문제는 대미 수출 증대가 한국 경제에 ‘관세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관세를 우방국과의 무역 흑자를 조정하는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노골화하고 있다. 대중 수출 부진 속에 대미 수출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부진한 내수 탓에 자국에서 수요처를 찾지 못한 중국 저가 제품들이 한국 등 해외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심화하면 중국산 저가 공세 탓에 한국의 영세 제조·유통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의 경기 침체는 이미 다양한 경로로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석유산업이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중국산 원자재 공급이 멈추는 등 공급망 이슈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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