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 경제 신문 워싱턴 특파원 이상은입니다. 미국 경제가 순항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2.1%였는데, 잠정치보다 0.5% 포인트나 더 높아진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여전히 있고 다른 리스크 요인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 상황이 좋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위기가 온다면 미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먼저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트럼프 정부는 여전히 미국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무역적자에 대한 위기감이 굉장히 큽니다. 물론 무역적자가 문제라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원인과 해법에 대해서는 제각각의 해석이 있습니다. 지난해 제가 만났던 경제학자들의 견해는 대체로 원론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해법도 미국이 저축을 늘려야 하고,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 미국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올해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가 있습니다. 중상주의적 접근을 채택하자, 관세를 도입해도 괜찮다, 이런 수단들이 어쩔 수 없는 선택지라는 목소리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굉장히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트럼프 정부 안에서는 그런 목소리가 있었지만, 트럼프 정부와 거리가 있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이제 그런 비판적 견해가 적어집니다. 과감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이것은 중국에 대한 견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나빠진다면 그것이 중국 때문인가? 만약 그렇다면, 중국이 만드는 불균형이 경제적 활동의 자연스러운 결과여서 용인해야 하는가, 아니면 인위적 결과여서 강제적 수단으로 바로잡아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한 견해가 후자 쪽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한국으로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중국을 같은 범주로 봅니다.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제조업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에 대한 대처법이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려는 분위기가 있고, 이는 USTR이 하고 있는 301조 조사에도 나타나 있습니다.
이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이 있기 때문에 당장 중국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왜 지금 중상주의적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가, 경제학자들이 무슨 논의를 하고 있는가, 어떤 논쟁을 벌이고 있는가 이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중국 다롄에서 다보스 포럼이 열렸습니다. 겨울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여름에는 중국에서 하는 것이 관행인데, 중국의 리창 총리가 '차이나 쇼크 2.0'이라는 개념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해 반박하는 형태로 연설했습니다.
차이나 쇼크 1.0은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한 후 전 세계로 중국산 저가 물건이 밀려 들어온 현상입니다. 옷, 신발, 장난감, 플라스틱 상품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것도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만, 관세라는 장벽을 세우면 이들 상품이 가격 이외에 특별한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에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현재 전략은 상당히 다릅니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분야에서 중국이 산업 리더십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 분야들은 중국이 경쟁력이 있어서 소비자들이 그 제품이 좋다고 평가합니다. 그 제품이 왜 좋아졌는가? 단순한 자연스러운 발전인가, 아니면 중국 정부의 개입이 있었는가?
차이나 쇼크 2.0이라는 표현에는 뒤에 중국 정부가 관여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정책으로 보조금을 주거나, 기업들을 지원하거나, 기업 간 경쟁을 억제하면서 수출을 밀어내고 있고, 이것이 전 세계에 영향을 준다는 관점입니다. 이는 독일과 같은 서방의 산업 중심지에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관세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이 물건들이 실제로 경쟁력이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억누르려고 해서는 안 되고, 전반적인 생태계 구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의 관세를 높인다고 해서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중국 정부가 힘을 썼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반박하고 있습니다. 리창 총리는 중국의 혁신 성공은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중국이 그 정도로 기업들을 성공시킬 만큼 보조금을 퍼줄 수는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모방만으로 기술적 최전선에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서방 국가들이 제기해온 혐의는 중국이 지식 재산권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남의 기술을 훔쳐서 경쟁력을 가졌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것이 중국 기업들이 열심히 해서 잘된 결과라고 말합니다.
서방 세계가 차이나 쇼크 2.0에 직면했다는 표현 자체가 사실이 아니며, 이를 중국으로 인한 쇼크가 아니라 중국으로 인한 기회라고 불러달라고 주장합니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미국 콜럼비아대 교수 아담 투즈는 리창 총리의 발언이 혁신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동시에 차이나 쇼크 2.0이 주로 겨냥하는 것이 독일의 자동차 산업이라고 언급합니다. 독일 산업이 파괴되는 것이 중국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자신의 관점으로는 그것이 중상주의자들 간의 충돌일 뿐이라고 평가합니다.
차이나 쇼크 1.0이 미국의 저숙련 노동자들에게 타격을 줬다면, 지금은 전기차 분야에서 만성적으로 흑자를 보여왔던 독일과 중국이 정면 충돌합니다. 독일도 중상주의적이고 중국도 중상주의적이어서 둘이 붙은 것입니다.
그러나 독일의 자동차 산업이 어려워진 것이 과연 중국 때문인가? 여기서 생각이 달라집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의 관점이라면 중국의 수출만으로 독일의 자동차 산업이 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잘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장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나온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사는 유럽의 오류가 중상주의적 실수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독일의 세계 시장 점유율 하락 중 중국 수출로 인한 부분은 1분의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른 요인들입니다. 에너지 비용이 너무 올랐고, 노동 시장이 경직되어 있으며, 과도한 규제가 있습니다. 중국 탓만으로 독일의 현재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한 유럽이 마치 미국 같은 무역 적자국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합니다. 유럽은 GDP의 1.9%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독일의 경우는 그보다 두 배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브래드 세처라는 미국 외교 협회(CFR)의 연구원입니다. 그는 이 문제를 제기한 지 벌써 몇 년이 되었고, 실제로 많은 부분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세처의 핵심 주장은 중국이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2022년부터의 중국 통계는 완전히 왜곡되어 무역 흑자 규모를 줄여서 작게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왜곡된 통계에 기반해서 정책을 판단하는 것은 기반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중국에 속지 말아야 하고, 전 세계적 불균형 문제를 주도하는 것은 완전히 중국입니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대응은 기존의 전통적 경제학 방식이 아니라 중상주의적인 강력한 수단을 들고 와야 합니다.
이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 있고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통계 문제에 관해서는 세처의 비판론이 신뢰도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관세청 데이터와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국제 무역 수지 통계가 너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외환 관리국이 발표하는 국제 수지 통계에 따르면 흑자 규모가 약 4억 달러입니다. 하지만 세처가 보기에는 관세청의 데이터, 실제로 물건이 오고 갈 때 기록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다면, 중국의 상품 무역 흑자 규모는 연간 1조 달러에 달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2022년에 중국 정부가 통계 집계 기준을 변경하면서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실제로 2022년부터 간극이 굉장히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적인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늘어나다가 2022년 무렵부터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세처가 관세청 데이터를 활용해 추정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본인이 추정한 것으로,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 데이터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추정값은 어마어마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차이를 가리고 있다는 것이 세처의 주장입니다.
세처는 또 다른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유럽의 흑자는 반대 방향으로 왜곡되어 있습니다. 아일랜드에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이익 이전을 위한 중간 거점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익 이전으로 인한 통계 왜곡이 있고, 유럽의 흑자는 과대 계상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제거한다면 GDP의 2% 이하로 떨어집니다. 중국의 실제 흑자 규모는 유럽보다 두 배나 큽니다.
따라서 유럽도 글로벌 불균형의 책임이 있는 무역 흑자국이라는 이코노미스트지의 주장은 잘못되었다는 것이 세처의 주장입니다. 사실 '차이나 쇼크 2.0'이라는 개념을 처음 언급한 사람이 바로 세처입니다.
그는 차이나 쇼크 2.0이 독일 자동차 산업을 겨냥해서 저격하듯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폭스바겐에서 지금 대규모 해고가 발생하는 것은 중국이 시스템적으로 이 산업을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더 센 막대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 지어집니다.
중국도 할 말이 있습니다. 중국은 '공장 없는 제조'가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폰이 대표적입니다. 애플이 지식 재산권, 설계도, 부품을 제공하고, 중국의 하청 업체에서 제조만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중국이 생산하는 부가 가치를 전체에 대해 잡아야 합니다.
중국의 논리는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나누어 통계를 잡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통상적이지 않은 부분입니다. 중국의 하청업체가 아이폰을 생산해서 애플에 인도하면, 이 제품은 결과적으로 중국 내에서 팔립니다. 중국 바깥으로 나가는 것도 있지만, 중국 내에서 생산돼서 중국 내에서 팔리더라도 중국 정부의 통계 작성 방식에 따르면 나갔다 온 것으로 칩니다. 왜냐하면 이 가치가 아일랜드로 이전되어서 아일랜드의 일부 수익을 남기고 다시 이쪽으로 오기 때문입니다.
아일랜드에 수익을 남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250달러에 넘어가면, 사올 때는 600달러에 사와야 합니다. 왜냐하면 소비자나 기업, 유통 업체가 저쪽에서 그렇게 비싼 값에 사니까요. 그러면 250달러에 수출하고 같은 상품을 600달러에 다시 수입하는 식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논리입니다.
대단히 기상천외한 논리이고 다른 어떤 나라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중국은 이런 식으로 생산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대규모의 무역 적자를 기록하게 됩니다. 그러면 관세 기반으로 계산하는 1조 달러에 달하는 무역 흑자가 감소하게 되고, 중간에 적자를 기록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우리의 무역국자는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세처의 문제 의식은 중국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글로벌 경제 통계를 생산하는 IMF나 OECD에서 받아줘서 더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IMF나 OECD가 전 세계를 평가할 때 평가 기준 자체가 왜곡되고, 이에 기반해서 각국이나 전 세계 글로벌 경제 정책을 논할 때 다 틀린 얘기를 하게 됩니다.
실제로 IMF가 이 부분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는데, 지금 보면 마치 유럽의 무역 흑자 규모가 중국의 무역 흑자 규모와 비슷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세처의 주장이고, 여기에는 상당히 일리가 있습니다. 물론 그 결과로서 중상주의적 정책을 쓰는 것이 옳다는 것까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지만, 여기까지는 상당히 동감됩니다.
중국 내에서도 중국이 과도하게 수출 중심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이것이 문제라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2007년 원자바오 총리가 전국 인민 대표대회에서 했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원자바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중국 경제에 네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첫째는 불안정합니다. 과도하게 투자가 이루어지고 무역 흑자가 발생하는 반면 다른 분야는 너무 약합니다. 둘째는 불균형합니다. 양극화, 도농 격차, 지역 격차가 있습니다. 셋째는 부조화스러운 발전입니다. 1차, 3차 산업이 고르게 발전하지 않고 투자와 수출에 너무 의존합니다. 넷째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에너지와 환경 보호 측면에서 나중에 문제가 될 부분들이 있습니다.
당시 원자바오 총리의 솔루션은 중국이 내수, 특히 소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약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2007년부터 지금 2026년까지 20년 동안 이러한 시도들이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고 스티븐 로치가 최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평가했습니다.
당시 로치는 원자바오 총리 발언을 보면서 중국이 내수 중심의 경제로 재균형을 이루려고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년 동안 전혀 오히려 그 반대로 되었습니다. 가계 소비 비중은 지금 아직 40% 미만이고, 이는 2005년과 똑같은 수준입니다. 이는 중국의 향후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며, 중국의 실패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글로벌 경제에도 굉장한 부담을 줍니다.
글로벌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시장에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와 중국 간의 관세 전쟁을 지켜보면서 점점 더 기존의 수단으로는 안 되며, 이를 바로잡고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수단을 써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이 원래는 정통 경제학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수마야 케인스입니다. 그는 경제학자 케인스의 먼 친척이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주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무역 전쟁을 이기는 법'에 관한 책을 내면서 관세를 도입하자고 주장합니다. 유럽도 관세를 도입해야 하며, 특히 수입이 급증하는 부분에 대해 관세를 도입해서 중국이 이를 레버리지로 삼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이 폴 크루그먼입니다. 크루그먼은 지금까지 이런 주장이 나왔을 때 관세가 해법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크루그먼은 세처와 스마야 케인스의 책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21세기 경제 근본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사실은 미국의 힘, 즉 자비로운 패권국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패권국의 지위가 흔들릴 때 중국 같은 데가 부상하고 서로 간의 경쟁이 일어나게 될 때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넘어갔습니다.
브래드 세처도 원래부터 이런 식으로 주장했던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의 통계 조작을 보면서 특단의 조치가 없고서는 자동으로 보정될 일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세처는 더 강하게 말합니다. 세이프가드를 하든지 강력한 무역 방어 도구를 즉각적으로 가동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중국과 뭔가 해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을 기존 시스템 안에 넣으려던 모든 실험이 실패했다는 생각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한국도 함께 돌을 맞게 되는 존재가 됩니다.
저는 미국에 와서 제임스 그리어 USTR 대표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을 하는 사람 중에 상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부분이 있으며, 말이 통할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USTR에서 함께 일했던 주변 동료들과 한국측 협상 담당자들도 그렇게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어 대표의 생각이 완전히 바뀐 것 같습니다. 작년 해방의 날 관세율 수식도 USTR에서 나온 것이고, 최근의 301조 공급과잉 보고서와 강제노동 보고서도 모두 그리어 대표가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솔직히 말해 어떤 경제학자도 오케이하거나 이것이 맞다고 인정할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씀드렸듯이 미국의 무역적자는 공급 과잉 때문이며,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지 않고 저들에게 있다고 하는 생각이 점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중국이 어떻게 잘못해서 우리가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례를 확인해 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세처의 중국 통계 조작 문제는 당연히 지금 미국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미국의 경제 정책에 반영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세계관이 점점 더 강하게 형성되면 지금 트럼프 정부의 보고서는 황당하고 우습다고 할 수 있지만, 다음에 나오는 보고서와 다음 정부 보고서는 훨씬 더 강력한 논리들을 가지고 이런 주장을 펼칠 수 있습니다. 다시 되돌아가기 힘들다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관 속에서는 중국만이 타겟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도 도매금으로 엮여 들어갑니다. 마치 작은 중국인 것처럼 말입니다. 실제로 그리어 대표가 최근 IMF에 기고한 글을 보면 한국에는 석탄이나 철광석도 없고 에너지 자원도 제한적인데 어떻게 철강 강국이 되었는가라고 묻습니다. 그는 각국의 경제 개입으로 특정 국가는 무역 적자에, 다른 국가는 무역 흑자에 빠지는 식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을 그 예시로 듭니다.
우리는 억울합니다. 물론 한국이 옛날에 철강 산업이 경제 정책이었던 것은 사실이고, 포스코가 그렇게 형성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언제 일이고, 지금 우리가 그런 정책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 경제 흑자를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 우리는 이를 억울하게 생각하지만, 이 세계관이 점점 강고해질수록 한국의 제조업은 그냥 도매금으로 휩쓸려 갑니다.
사실 이제 와서 보면 한국은 중국과 똑같은 경제 정책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의 산업 정책은 미국이나 유럽과 다를 바가 별로 없고,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이 한국보다 더 심한 부분까지 있습니다. 번지수가 잘못된 것 같지만, 이런 담론 환경이 지금 한국이 처한 현실입니다.
따라서 한편으로 한국은 지금까지 성장해 온 경로를 고려한다면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다른 나라들이 한국을 겨냥한, 중국을 겨냥한 중상주의적 정책을 쓰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이고, 거기에 대해 한국도 어쩌면 대응을 해야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상당히 서로 모순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길입니다.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이 이러하고, 거기에 맞는 경제 정책, 산업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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