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저궤도 위성 전용 운반 로켓인 ‘창정 8A’ 발사에 처음 성공했다. 미국 스타링크가 주도하는 저궤도 위성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미중 패권 전쟁이 우주에서도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독차지하던 우주 넘보는 중국
12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항천과기그룹(CASC)은 중국 시간 전날 오후 5시30분 하이난성 원창우주발사센터에서 창정 8A를 발사해 탑재하고 있던 저궤도 위성들을 지구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저궤도 위성은 고도 300~2000㎞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다. 3만㎞ 이상 고도에 있는 고정궤도 대형 위성보다 지구 표면에 가깝다. 또 크기가 작아 제작 기간이 짧고, 연료 소비가 적어 발사비용이 저렴하다. 상업화에 유리한데다 정찰, 미사일 조기 경보, 군사 통신 등 군사 전략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지상 통신망이 파괴된 우크라이나가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을 이용해 군사 작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에 중국이 발사한 창정 8A 로켓은 다수의 저궤도 위성을 실어나를 수 있다. 창정 8A 수석 설계자인 쑹정위 중국발사체기술연구원(CALT) 연구원은 “창정8A는 기존 창정 8호(탑재량 4.5t) 보다 더 많은 위성(7t)을 탑재할 수 있다”며 “대규모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개발됐다”고 말했다. 중국은 복수의 인터넷 위성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우주 산업은 미국이 압도적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과학 단체 ‘우려하는 과학자연합’에 따르면 2023년 5월 기준 지구 저궤도에는 총 6768기의 위성이 떠있다. 이 중 5312기(78.4%)는 미국이 띄웠다. 이어 중국(524기·7.7%), 영국(156기·2.3%), 러시아(104기·1.5%) 순이다. 미국 저궤도 위성 가운데 75%(3996기)는 스타링크 위성이다. 스타링크 위성은 현재는 6994기로 늘었고 2026년에는 1만2000기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이후에도 추가로 3만기를 더 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총 4만2000기까지 발사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중국 위성 사업은 미국에 비해 늦다. 1970년 ‘동방홍 1호’를 시작으로 위성을 쏘아올리기 시작했다. 1958년 ‘익스플로어 1호’를 발사한 미국보다 12년 늦게 시작했다. 그러나 이 때 사용된 창정 1호를 창정 2D, 창정 5호 등 다양한 크기의 로켓으로 개발해왔다. 중국은 연내 648기, 2030년까지 총 1만5000기의 저궤도 위성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쟁 과열에 국가 간 협업까지
이미 우주 인프라가 갖춰진 미국 기업들은 앞다퉈 우주 산업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아마존은 총 3232개의 저궤도 위성을 띄워 지구에 우주 인터넷을 제공하는 ‘카이퍼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첫 발사에 성공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대형 재사용로켓 ‘뉴글렌’의 첫 발사에 성공하면서 자체 로켓을 갖추게 됐다.
중국은 해외 협력을 통한 시장 확대 전략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저궤도 위성 시장을 주도하는 스페이스세일은 지난 6일 말레이시아 위성 사업자 미아샛과 위성 광대역 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한 양해각서를 썼다. 작년에는 브라질 국영 통신사 텔레브라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브라질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하는 등 대외 원조 줄이는 틈도 파고들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아프리카 23개국과 우주 협정을 체결하며 위성 및 지상 관제소 건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 시설에 기술진을 상주시키고 데이터를 공유받는 등 실질적 통제권을 가져가게 된다. 중국 정부는 약 5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등 아프리카와의 우주 협력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