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K뷰티 신드롬을 타고 국내 화장품 패키징(용기) 업체들이 수혜를 누리고 있다. 화장품 패키징은 원료와 제형에 딱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펌텍코리아, 에스엠씨지 등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은 분기마다 매출이 두 자릿수씩 증가하고 있다.
3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위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펌텍코리아는 올해 1분기 매출 889억원, 영업이익 126억원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1년 전보다 각각 15.6%, 23.4% 급증했다. 펌텍코리아뿐 아니라 에스엠씨지, 연우 등 다른 업체도 올 1분기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들의 고속 성장은 인디(중소) 브랜드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 K뷰티 인디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은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빠르게 내놓는 데 있다. 제품 반응이 좋지 않으면 바로 단종하고 신제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출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펌텍코리아 등에 용기 제조와 주입을 맡긴다.
펌텍코리아 등은 내용물을 정해진 틀에 맞춰 굳혀놓고 이미 개발된 금형인 다양한 프리몰드(범용 금형)에 주입한다.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내용물의 경도, 수축률, 접착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므로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국내 업체들은 차별화된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최근 각국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플라스틱이 아니라 유리 용기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는데, 국내 업체인 에스엠씨지는 이 분야에서 우위에 있다. 통상 원가가 낮은 파유리 비중이 늘면 유리 투명도가 낮아지는데, 에스엠씨지는 20년의 연구개발 끝에 파유리 비중을 70%로 높이면서도 투명도는 95%까지 끌어올리는 기술력을 갖췄다. 한국콜마가 2022년 인수한 화장품 패키징 업체 연우도 공기 방울 없이 내용물을 펌핑할 수 있는 ‘에어리스 펌프’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제조업은 중국산이 점령했지만 뷰티 패키징만큼은 한국산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중국산 용기의 품질이 낮고, 한국산 용기가 충분히 저렴하기 때문에 굳이 중국산을 사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 일본 등 뷰티 강국이 갖추지 못한 밸류체인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한국은 원료 개발·제조, 패키징, 위탁생산, 브랜딩, 마케팅 등 관련 기업들이 ‘원팀’으로 움직인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도 패키징 기업인 연우와 코스맥스네오를 자회사로 둬 밸류체인을 수직 계열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밸류체인을 갖추면 그 어떤 곳보다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