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지난해 5% 성장했다. 당초 5%에 미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간신히 5%에 턱걸이하며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 ‘5% 안팎’을 달성했다. 올해는 내수 부진, 인구 감소 등 고질적 요인 외에 강력한 대중 관세와 수출 통제를 예고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여파로 중국 성장률이 4%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5% 증가한 134조9084억위안(약 2경6738조원)을 기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이 전문가 대상으로 내놓은 전망치(4.9%)보다 높다. 지난해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5.3%, 2분기 4.7%, 3분기 4.6%로 이 추세가 지속됐다면 연간 5% 달성이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중국 정부의 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 보조금 정책 등으로 4분기 성장률이 5.4%로 뛰면서 5% 선을 지켰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정상 궤도에서 벗어난 2020~2022년을 제외하고 보면 2011년 9%대, 2012~2015년 7%대, 2016~2019년 6%대, 2023~2024년 5%대로 지속적으로 하향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4.5%로 예상했다. 씨티그룹과 무디스는 모두 4.2%를 제시했다.
작년 성장률 '5% 턱걸이'…공격적인 경기부양 효과
금리 내리고 재정 수단 총동원…부동산 침체·디플레 우려 확산
중국이 지난해 시장 예상보다 높은 5% 성장에 성공한 것은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 덕분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의 공식 성장률 수치가 ‘뻥튀기’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올해는 성장률이 4%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 4분기 5.4% 성장
중국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1~3분기 누적 성장률은 4.8%였다. 5% 성장이 힘든 상황이었다. 중국 정부는 5% 성장률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금리 인하, 유동성 확대, 보조금 정책 등 각종 재정 수단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4분기 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가 정상 궤도에 복귀한 2023년 2분기(6.3%) 후 가장 높은 5.4%를 기록했고 연간 성장률도 5%에 턱걸이했다.
지난해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3.5%, 산업생산은 5.8% 증가했다. 고정자산 투자도 3.2% 늘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 개발 투자는 10.6% 감소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4년 외부 압력이 커지고 내부 어려움이 늘어난 복잡한 상황에서 온중구진(溫中求進·안정 속에서 나아감)의 업무 기조를 견지하며 고품질 발전을 착실히 추진했고, 적시에 증량정책(경기 부양) 패키지를 내놔 사회적 자신감을 효과적으로 진작했다”고 자평했다.
정부의 공식 통계가 체감 경기와 온도 차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여러 외부 경제전문가가 공식 성장률 수치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성장률 공식 수치는 5%에 가깝지만 실제 수치는 2% 정도일 것”이라고 언급한 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당국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올해 4%대 초·중반 성장 그칠 듯”
올해 중국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는 와중에 취업난과 지방정부 부채 등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빈집은 약 8000만 가구로 미국 전체 주택 재고의 절반에 해당한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보면 중국이 연 1.87%로 일본(연 2.26%)보다 낮아졌다. 생산자물가는 26개월 연속 하락세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대에 그치고 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본격적으로 ‘중국 때리기’에 나서 중국의 수출 둔화와 내수 침체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3조위안(약 601조원) 규모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인구까지 감소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중국 인구는 14억828만 명으로 전년 대비 139만 명 줄었다. 3년 연속 인구가 감소했다. 출생 인구 역시 954만 명으로 3년 연속 1000만 명을 밑돌았다. 국가 전반의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해외 기관들은 올해 중국 경제가 4%대 초반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씨티그룹과 무디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4.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UBS(4.7%) 골드만삭스(4.5%) 등은 4%대 중반으로 잡고 있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는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 수출이 올해는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심리 위축과 고용 시장 부진, 고령화 가속화 등의 도전 과제도 있다”고 했다. 맥쿼리는 “무역전쟁2.0이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