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서 느껴봐라' 특명 내린 회장님…미래에셋에 무슨 일이 [돈앤톡]

5 days ago 2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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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의 프라이빗뱅커(PB) 중국 출장단이 증권가의 화제다. '회장님의 중국 사랑'은 널리 알려졌지만, 이번엔 PB만 콕 집어 현지 견학을 보내고 있단 점에서 전략적 노림수가 엿보인다는 게 업계 평가다. 특히 포트폴리오 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비중이 높은 고객을 담당하는 PB들이 중국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 자사 PB들을 중국으로 출장 보냈다. 한 번에 15~20명씩, 그것도 전국 영업 지점에서 선발해 보냈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시장의 미래에 관심이 큰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영향력이 리테일 현장까지 뻗친 모양새란 해석이 나온다.

PB 출장단은 지난 2월과 3월 각각 항저우와 선전에 다녀왔고, 5월에는 선전과 광저우에 다녀왔다. 짧게는 3박4일, 길게는 4박5일로 일정을 꾸렸다.

출장길에 나선 PB들은 알리바바와 비야디, 로보센스, 킹디 소프트, 유비테크, 샤오펑 등 상장사들을 직접 견학하고 면담했다.

출장을 통해 선전과 항저우를 둘러본 한 미래에셋증권 PB는 "자동차 전시장에 가서 중국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로보택시' 체험을 한 게 기억에 가장 남는다"며 "중국의 AI와 전기차 기술 수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전 세계를 강타한 '딥시크' 충격 이후로 중국 현지 시장도 많은 자신감을 가진 듯했다"고 말했다.

중국 출장단 PB 선발 과정도 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매회차 출장 인원은 자발적 신청이 아닌 '통보' 형식으로 꾸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단순히 '우수 PB'를 보낸 게 아니라, 테슬라 등 미국 주식을 많이 보유한 고객을 둔 PB를 선별해 중국에 데려갔기 때문이다. "PB들이 직접 현장에 다녀오면 인식이 바뀔 것"이란 발상에서 비롯된 조치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여전히 주식 매매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문제는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점이다. 고객들의 적절한 자산 배분이 필요하단 판단 하에 PB들을 출장 보내고 있다"며 "영업성과가 좋은 우수직원과 성장성이 큰 직원들을 선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 실제 매출을 내고 있는 중국 일류기업들에 대한 시각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 실제 현지에서 비야디 차량 모델을 시승하면 '더는 내가 알던 중국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이런 취지가 PB를 통해 고객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9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PB들을 중국에 보내 현장의 발전을 체감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서도 중국 시장이나 종목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올해에만 총 네 번 중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일각에서는 리테일 최전선에서 고객들과 소통하는 PB들이 테슬라 대신 비야디나 지리자동차 매수를 권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테슬라는 서학개미들의 보유주식 1위 기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PB는 원래 고객의 입장에서 자산을 조언해야 하는데, 고객이 중심이어야 할 포트폴리오 설계에 그룹의 철학이 개입될 우려가 있다"며 "간접적으로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리밸런싱)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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