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 급락은 반도체 업황이나 중장기 실적 전망이 훼손됐다기보다 미국예탁증서(ADR) 상장 재료 소멸과 높아진 실적 기대, 레버리지 투자자의 포지션 청산이 한꺼번에 반영된 변동성 조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SK하이닉스 ADR 상장 기대가 현실화되면서 이벤트 소멸에 따른 차익실현 압력이 나타났다”며 “2분기 실적이 높아진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날 SK하이닉스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코스피 시장엔 올해 35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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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나스닥 ADR 거래를 개시한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SK하이닉스의 ADR 거래 개시 기념 브랜드 캠페인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SK하이닉스 ADR은 지난 10일 ‘SKHY’라는 종목명으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상장 첫날 ADR은 국내 본주를 환산한 가격보다 약 16% 높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ADR 상장을 계기로 국내 주가도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상장이 현실화한 뒤에는 오히려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다.
국내 본주 급락으로 이날 장중 ADR과 본주의 가격 차는 25% 이상으로 확대됐다. 상장 첫날 기준 프리미엄은 15.6%로 대만 TSMC의 ADR 프리미엄 16.3%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김 연구원은 “본주와 ADR 사이에는 전환 제약과 투자자 기반, 유동성 차이가 있어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이 구조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며 “가격 차가 오르내릴 수는 있지만 방향성 자체는 대체로 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을 둘러싼 눈높이 조정도 매도 압력을 키웠다. 최근 국내 기관 한 곳이 SK하이닉스(000660)의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약 8% 밑돌 수 있다고 전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비중이 경쟁사보다 높아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평균판매가격 개선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HBM 가격 상승 가능성과 장기 공급계약을 바탕으로 이익 가시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2026년 299조원, 2027년 449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 지표도 급격한 반도체 수요 위축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이달 1~10일 한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9% 증가한 298억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193% 늘어난 112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37.6%를 차지했다.
다만 양호한 펀더멘털이 당장 주가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근 반도체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유동성이 몰리면서 작은 악재에도 포지션 청산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반대매매 금액도 전날 290억원에서 1420억원으로 급증했다. 담보 부족 발생과 실제 강제 매도 사이에 시차가 있는 만큼 급락 여파가 수일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 연구원은 “이번 급락은 ADR 상장 이벤트 소멸과 높아진 실적 기대, 레버리지 포지션 정리가 동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29일로 예상되는 2분기 잠정실적과 인공지능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전망, 반대매매 압력 완화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급 불안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ADR 프리미엄만을 근거로 추격 매수하기보다 변동성을 감안한 분할 접근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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