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증권이나 장내파생상품이 아니라 장외파생상품을 통해 주식을 주문했더라도 시세조종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은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의 형량이 더 높아지게 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2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 대표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456억원, 추징금 1816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라 대표는 공범들과 2019년 5월~2023년 4월 매수·매도가를 사전에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 방식으로 다우데이타와 삼천리 등 8개 상장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워 737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미등록 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며 수수료 명목으로 약 1944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았다.
작년 2월 1심은 라 대표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원, 추징금 1945억원을 선고했다. 11월 열린 2심은 형량을 징역 8년으로 대폭 깎았다. 추징액도 1816억원으로 줄였다. 항소심 재판부가 라 대표의 공소사실 중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통한 주문행위를 시세조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 매매에 한정해 적용할 수 있는데, CFD는 장외파생상품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했더라도, 이를 통한 주문이 상장증권이나 장내파생상품 통정매매로 이어졌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CFD를 이용해 주문할 경우 상장증권 거래주체가 외국계 증권사 등으로 표시돼 피고인의 조직적인 시세조종 행위가 드러나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며 “라 대표는 CFD의 이런 거래 구조와 장점 등을 충분히 인식하고,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 행위를 하기 위해 다수 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을 했다”고 판시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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