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상암 인터뷰] 2만여 홈팬들의 거센 야유 이겨내고 포항 대파한 김기동 서울 감독, “야유는 내가 감내할 부분…팬들의 감정 충분히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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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서울 감독이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K리그1 홈경기 도중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이날 2만여 홈관중은 기성용을 포항으로 이적시킨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야유로 표출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김기동 서울 감독이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K리그1 홈경기 도중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이날 2만여 홈관중은 기성용을 포항으로 이적시킨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야유로 표출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이겼지만 김기동 FC서울 감독은 활짝 웃을 수 없었다. 가볍게 미소만 보였을 뿐이다.

서울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홈경기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4-1로 격파했다. 1골·1도움을 올린 주장 제시 린가드의 활약과 외국인 공격 삼총사 루카스, 둑스, 클리말라의 릴레이포를 묶어 완벽한 승리를 연출했다.

특히 서울이 홈에서 승리한 것은 3월 29일 대구FC와 정규리그 6라운드(3-2 승) 이후 정확히 3개월 만으로 7승9무5패, 승점 30을 쌓아 최근까지 클럽월드컵에 참가했던 울산 HD(승점 29)를 밀어내고 6위로 올라섰고, 중원의 핵 오베르단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려 뜻하지 않은 대패를 당한 포항은 종전 4위는 유지했으나 승점 32에 묶이면서 험난한 후반기 레이스를 예고했다.

다만 이날 경기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서울에서 프로 데뷔해 유럽 진출을 전후로 10년 간 머무른 서울을 떠나 포항에 안착한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을 둘러싼 분위기였다. 이적에 필요한 행정 절차로 인해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기성용의 포항 입단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역시나 그라운드 안팎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장외에선 한 팬이 주도한 ‘구단 장례식’ 퍼포먼스가 진행됐고, 항의 메시지를 담은 트럭시위와 거센 야유가 계속됐다. 홈 평균관중(2만7000여 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 2만여 팬들은 틈날 때마다 “김기동 나가”를 외치면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경기를 앞두고 “부임하면서 팬들을 웃게 해주고 싶었는데 모두를 힘들게 한 부분이 미안할 따름이다. 서울에 대한 내 진심을 믿어달라”는 짧은 메시지로 응원을 당부했던 김 감독은 “(팬들의 야유는) 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격앙된 팬 반응에 적잖이 당황한 외국인 선수들에게 “좋아하는 선수가 팀을 떠나는 상황에 대한 팬들의 아쉬운 감정이다. 이를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당부하며 동요를 막은 김 감독은 서울이 기성용 이전에도 박주영(울산 코치), 이청용(울산), 고요한(오산고 코치) 등 레전드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려운 문제다. 서로의 방향이 다르고 고민도 많았다”면서도 “모든 결정,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나 역시 포항에서 은퇴할 때 여러 선택지를 놓고 최종 결정을 직접 했다”고 강조했다.

기성용이 없는 ‘기성용 더비’에서 완패해 고개를 숙인 박태하 포항 감독은 기성용의 플레이 스타일이 어쩌면 빠른 축구를 구사하는 포항의 팀 컬러와 맞지 않다는 지적에 “기성용의 영입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한 뒤 “퇴장 상황에선 어떤 전술 전략도 무용지물”이라며 패배를 담담하게 인정했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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