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도하 인터뷰] 탁구대표팀 장우진이 라켓 검사에 십년감수한 사연은? “두께 통과 못했으면 몰수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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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이 18일(한국시간) 카타르대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니콜라스 부르고스와 대회 2일째 남자단식 128강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 장우진은 이날 경기 전 라켓 검사로 멘탈이 흔들린 까닭에 4-3 진땀승을 거뒀다. 그는 “이번 사건을 액땜삼아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보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장우진이 18일(한국시간) 카타르대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니콜라스 부르고스와 대회 2일째 남자단식 128강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 장우진은 이날 경기 전 라켓 검사로 멘탈이 흔들린 까닭에 4-3 진땀승을 거뒀다. 그는 “이번 사건을 액땜삼아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보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라켓 검사때문에 십년감수했다니깐요.”

탁구국가대표팀 장우진(30·세아탁구단·세계랭킹 17위)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마터면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2025세계선수권대회 남자단식을 1라운드(128강)에서 허무하게 마칠 뻔했다. 두께 문제를 지적받은 라켓 때문이었다.

장우진은 18일(한국시간) 카타르대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니콜라스 부르고스(칠레·152위)와 대회 2일째 남자단식 128강에서 게임스코어 4-3(11-4 11-8 11-13 6-11 10-12 11-3 11-8) 진땀승을 거뒀다. 대회 남자단식 첫 경기부터 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아쉬운 경기력의 원인은 코트 안이 아닌 밖에 있었다. 경기 후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들과 장우진에 따르면 그는 경기 전 심판의 라켓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라켓 두께가 러버를 포함해 4.1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심판은 경기 전 장우진의 라켓 두께가 4.10㎜를 넘은 것으로 판단해 라켓 교체를 지시했다.

장우진은 “경기 전 확인을 했을 땐 두께가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러나 심판이 측정해보니 두께가 4.10㎜가 넘어 다른 라켓으로 바꿔야 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교체한 라켓은 경기 전이 아닌 경기 후에 검사를 받는다. 만약 교체 라켓도 규정 두께를 넘은 것으로 판명나면 몰수패처리된다”고 설명했다.

경기 전 라켓 교체가 경기력에 영항을 줬다. 장우진은 3게임에서 듀스 끝에 패한 뒤, 4게임과 5게임을 잇달아 내줬다. 그는 “핑계같지만 게임스코어가 2-0이 된 뒤, ‘지금 내 라켓이 4.10㎜ 미만인게 맞는지’ 신경이 쓰였다. 여기에 익숙하지 않은 라켓을 들고 경기를 하니 산만했었다”고 돌아봤다.

다행히 고비에서 톱랭커다운 경기력을 보였다. 장우진은 “상대가 랭킹이 높은 선수가 아닌데, 계속 같은 플레이만 고수했다. 짧은 서브만 넣고, 내가 짧게 반격해도 짧은 리시브로 대응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대응하기 쉬웠다”고 밝혔다. 또, “내가 실수하지만 않으면 이기는 경기라고 생각했더니 결국 승리했다”고 말했다.

경기 후 라켓 검사가 이어졌지만 다행히 이번엔 통과했다. 장우진은 “관중석에서 이태성 대한탁구협회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주셨는데, 마음을 졸이게 해드려 죄송하다. 이럴 때일수록 내 플레이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복식 메달은 있지만, 아직 단식 메달은 없다. 이번 라켓 사건을 액땜삼아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보겠다”고 다짐했다.

도하│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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