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거의 끝나간다"라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유가는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미국 경제가 전쟁과 유가 충격에도 잘 버티는 가운데 미 중앙은행(Fed)이 공개한 베이지북(경기진단보고서)은 최근 경제 활동이 개선됐음을 확인해 줬습니다. S&P500 지수는 7000을 훌쩍 돌파해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11거래일 연속 상승 기록을 세웠고요. 월가는 이달 말 실적을 공개하는 빅테크들이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시장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합니다.
1. 전쟁 끝? 8일 연속 떨어진 달러
15일(미 동부시간) 아침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0.2% 소폭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이 어제까지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등 단기 과열된 탓에 약간 경계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다시 기술주 중심으로 오름폭이 커졌습니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상황은 긍정적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분쟁이 "거의 끝났다"라면서 전쟁이 종식되면 증시가 "급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지만요. 어제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2차 회담이 "향후 이틀 안에" 파키스탄에서 열릴 수 있다고 했었죠. 이란 외무부도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과 메시지 교환이 이어지고 있다. 조만간 파키스탄 고위급 대표단과 미국이 논의한 내용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포괄적 합의를 향한 기본 틀(프레임워크) 마련에 근접했다"라고 보도했고요. AP통신과 블룸버그는 "협상 시간을 더 확보하기 위해 오는 21일 만료되는 휴전을 2주 더 연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라고 썼습니다.
백악관의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휴전 연장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현재로선 사실이 아니다. 여전히 협상과 회담에 매우 전념하고 있다. 이 대화들은 생산적이며 계속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레빗 대변인은 "대면 협상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공식 발표될 때까지 확정된 게 아니다. 장소는 아마 지난번과 같은 장소(파키스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란 최고 군사령관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계속하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이란에 무기를 보내지 말라'는 서한을 보냈고, 시 주석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고 밝혔습니다.
높아지는 종전 기대에 유가는 아침에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이란과 러시아 원유에 대해 취해졌던 ‘제재 유예’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소폭 오름세로 전환했습니다. 브렌트유 6월물은 0.1% 오른 배럴당 94.93달러를 기록했고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1센트 오른 배럴당 91.29달러로 거래됐습니다.
전쟁이 터진 뒤 급등했던 달러도 0.1% 내리면서 8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전쟁 발발 이후 상승분을 거의 모두 되돌렸죠. 도이치뱅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 전략가는 "이란 전쟁 위험이 정점에 달했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달러화 공매도에 나설 적절한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케빈 워시 체제의 Fed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로 인해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고, 유가 충격은 미국 소비자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었을 수 있다(경기 둔화)며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유럽, 아시아 각국은 휘발유 가격 상한제를 실시했지만, 미국 소비자는 그런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2. 베이지북 "경제활동 소폭 개선"
미국 금리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3시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5bp 오른 4.281%, 2년물은 1.7bp 상승한 3.786%에 거래됐습니다. 물가 데이터는 높게 나왔고, 경제 활동 데이터는 강하게 발표된 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3월 수입 물가는 전월 대비 0.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월(+0.9%)이나 시장 예상(+2.4%)보다는 낮았지만,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이란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석유 수입 가격은 9.4% 상승한 게 문제였습니다. 비석유 수입품 가격은 0.1% 올랐습니다. 수입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2.1% 상승했습니다.
주택건설업협회(NAHB)가 발표한 주택시장지수는 3월 38에서 4월 34로 떨어졌습니다. 7개월 만에 최저치입니다.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자재 가격 상승, 모기지 금리 상승 등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 탓입니다. NAHB의 로버트 디츠 이코노미스트는 "응답 업체의 62%가 휘발유 등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건축 자재 가격이 올랐다고 답했다. 에너지 비용은 주택 건설 자재 투입 및 서비스 비용의 약 4%를 차지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한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3월의 마이너스 0.2에서 11로 상승했습니다. 신규 주문 및 출하량 지표 모두 상승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나쁘지 않다'라는 사실은 Fed가 발표한 4월 베이지북에서 확인됐습니다.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초자료로 쓰이게 될 데이터인데요.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실시간 경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어서 관심이 쏠렸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반적 경제 활동=관할구역 12곳 중 8곳에서 경제 활동이 소폭/완만하게 증가했으며, 2곳에서는 변화가 없었고, 나머지 2곳에서는 소폭/완만한 감소세를 보였다. (3월엔 7곳에서 소폭/완만하게 증가했고 5곳에서 소폭/완만하게 감소함) 중동 분쟁은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많은 기업이 관망세를 유지했다. 제조업 활동은 대부분 지역에서 소폭/완만하게 증가했다. 은행 활동은 안정세를 보였고, 대출 수요는 보합/완만하게 늘었다. 일부 지역의 혹독한 겨울 날씨와 높은 유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지출은 소폭 증가했다.
▶노동 시장=고용은 보합세를 보이거나 소폭 증가했으나, 한 지역에서는 약간 감소세를 보였다. 대부분 지역에서는 AI가 인력 수준에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AI 기반 생산성 향상으로 많은 기업이 채용을 연기하거나 줄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물가=대체로 완만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대다수 지역에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소폭 상승을 기록했다. 모든 지역에서 에너지 및 연료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 투입 비용 상승률이 판매 가격 상승률을 앞지르면서 기업 마진이 감소했다.
Fed뿐 아니라 월가 은행들도 경제가 괜찮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86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직불카드와 신용카드 사용액은 1분기에 6% 증가했습니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CEO는 "견고한 소비자 지출"을 언급하며 미국 경제가 "회복력 있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소득을 올리고 소비하고 있으며 기업도 건전한 상태라고 했지요. 웰스파고의 찰리 샤프 CEO도 고객의 전반적 재무 건전성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3. 트럼프 "파월 사임 안하면 해고"
Fed와 관련, 월가가 주목한 게 두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다음 달에도 물러나지 않으면 "그를 해고해야겠다"(I’ll have to fire him)라고 밝힌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자신에 대한 (Fed 본부 리노베이션 관련) 형사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한 범죄 수사 이상이다. 무능 때문이든, 부패 때문이든 밝혀내야 한다"라며 수사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실제 검찰은 어제 Fed 본부 리모델링 공사 현장을 불시에 방문하는 등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상원 은행위원회가 케빈 워시 차기 의장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를 다음주 21일 열기로 결정한 직후 나왔는데요. 은행위는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공화당 소속 1명만 반대해도 인준이 어려운데요. 공화당 소속의 톰 틸리스 의원은 파월에 대한 수사가 중단되기 전에는 워시 인준에 반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가 인준받을 수 있을지 묻자 "그렇다. 틸리스 의원은 뭐할지 알고 있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라고 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조사를 중단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 이에 따라 워시가 5월 15일에 의장직을 승계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파월 의장을 해고하면,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해임한) 리사 쿡 이사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한 것처럼 판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트럼프가 자신의 위협을 실행에 옮길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채권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Fed와 관련된 또 하나의 이슈는 국채 매입 축소입니다. 뉴욕 Fed는 지난 월요일 4월 15일(세금 납부 마감일)이 지나면 단기 국채 매입을 월 400억 달러에서 월 250억 달러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작년 말 파월 의장이 예고해온 것이죠. 통상 뉴욕 증시는 세금 납부 마감일이 지나면 유동성이 개선되기 시작하는데요. 이번에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스트레티가스는 "놀라운 소식은 아니지만, 유동성 측면에서 축소되는 것“이라며 ”이란 분쟁 기간에 시장을 지탱해 온 중요한 '유동성 급증'이 둔화할 조짐을 보인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올해가 다른 해와 구별되는 또 다른 요인은 트럼프감세법 시행에 따른 세금 환급이 많다는 점입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약 3350억 달러의 환급이 이뤄질 예정인데요. 이는 작년보다 11.2% 증가한 것입니다. 사실 환급금은 이미 대부분 지급됐습니다. 환급을 받는 납세자는 종종 2~3월에 일찍 세금 신고를 하기 때문입니다. 스트레티가스는 "그동안 금융시장은 세금 환급, 기업 투자 100% 공제, (페니메, 프레디맥의) 모기지 채권 매입, 금융 규제 완화 등으로 올해 약 700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받았다"라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세금 환급이 세금 납부로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환급받는 사람과 달리 납부하는 이들은 4월 15일 마감일에 신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트레티가스는 "원천징수되지 않은 세금 납부로 인해 향후 3주 동안 은행 시스템에서 5000억 달러 이상이 유출될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3. 신발업체까지 뛰어든 AI 붐
주가 상승세는 계속해서 매그니피센트 7(Mag 7)을 중심으로 한 기술주가 이끌고 있습니다. 오늘도 테슬라가 7.62%, 마이크로소프트 4.61%, 애플 2.94% 치솟았고요. 메타(1.37%) 알파벳(1.26%) 엔비디아(1.20%)도 1% 넘게 올랐습니다. 최근 열흘 동안 25% 치솟은 아마존만 0.21% 내렸습니다.
이처럼 Mag 7등 빅테크가 계속 오르는 이유로는 세 가지 정도가 꼽힙니다.
① 작년 10월 말부터 이어진 조정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졌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Mag 7의 밸류에이션이 지난 3월 말 월마트 등 필수소비재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거래됐다고 지적했습니다.
②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됩니다. 22일 테슬라를 시작으로 29일(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30일(아마존, 애플) 등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데요.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하는 Mag 7의 EPS 증가율은 최근 계속 상향 조정되어 나머지 493개 주식을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이런 이익 증가세는 AI 투자분(클라우드)이 주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③ 여기에 AI 수요가 엄청나다는 게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ASML은 오늘 1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지난 분기 순매출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했고요. 순이익은 17% 증가했습니다. 또 올해 순매출이 360억~400억 유로 사이가 될 것이라고 제시했는데요. 이는 이전 예상치인 340억~390억 유로보다 높은 것입니다. 다만 2분기 순매출을 84억~90억 유로로 예상했는데요. 이는 월가 예상(90억7000만 유로)보다 낮았습니다.
▷브로드컴은 메타와 맞춤형 AI 칩 생산을 위한 다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여기에는 메타가 브로드컴 기술을 기반으로 맞춤형 AI 칩 1기가와트(GW)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IT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우버의 프라빈 네팔리 나가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인터뷰해서 "우버가 내부의 엄청난 AI 수요로 인해 올해 AI 지출 예산을 이미 다 써버렸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우버는 작년 4분기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를 채택했는데요. 예상보다 빠르게 많은 엔지니어가 쓰면서 비용이 급증했다는 겁니다. 현재 우버 엔지니어의 약 95%가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코드의 거의 70%가 이를 통해 생성되고 있습니다.
▷스냅은 전체 직원의 16%를 감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적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매출 전망은 긍정적으로 내놓으면서 "AI 투자에 따른 비용 절감 및 인력 중복 감소"를 위해 감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최근 3900만 달러에 주력인 운동화 사업을 정리한 올버즈가 '뉴버드 AI'로 이름을 바꾸고 AI 인프라 구축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에 주가가 582% 뛰었습니다. 어제 종가는 2.49달러였는데, 오늘 16.99달러로 마감했고요. 한때 24.31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3개월 동안 1660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추산합니다. 이는 작년 대비 13% 늘어난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총지출액은 7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앞으로 몇 주 안에 기술 기업들이 실적 발표와 함께 전망을 제시하면 이 수치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관건은 상승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느냐입니다. 최근 열흘 이상 급등하면서 대부분이 과매수 영역에 진입했습니다. JP모건 트레이딩데스크는 오늘 아침 "시장은 3월 31일이나 4월 8일에 나타났던 것과 유사한 '에브리싱 랠리(모든 종목이 상승하는 장세)'로 출발할 것으로 보며, 투자자들은 낙폭이 가장 컸던 섹터나 하위 섹터를 뒤쫓게 될 것이다. 향후 2~3 거래일 안에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복귀할 가능성에 주목하라. 그 이후에는 펀더멘털(기업 실적)로의 복귀가 정당화될 것으로 보이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랠리의 다음 단계는 Mag 7 및 초대형 기술주가 다시 주도권을 탈환하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CNBC에서는 버투스인베스트먼트의 조 테라노바 매니징디렉터, 아레스에셋의 캐런 파이어스톤 설립자, 소파이의 리즈 토마스 전략가 등 월가 전문가들이 모여 이에 대해 토론했는데요. 모두가 기술주 중심의 상승세를 점쳤습니다.
▶테라노바=성장주가 상승을 주도하는 공식이 계속 유지된다면 시장은 현 수준을 넘어 사상 최고치로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오늘 시장은 테슬라가 7% 급등하는 등 그동안 뒤처졌던 종목들, 즉 '성장주 중 못 갔던 종목'이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 주식 대신 소프트웨어가 오르고 있다. 어쨌든 핵심은 성장주와 기술주가 리더십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S&P500 동일가중 지수나 가치주가 주인공이 아니다.
▶파이어스톤=그동안 시장은 '안티 Mag 7' 거래, 즉 나머지 493개 종목이나 주변 주식에만 지나치게 집착했다. 그 흐름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제 산업재 같은 종목의 멀티플(주가수익비율)이 30배까지 치솟은 반면, 내년 성장이 기대되는 성장주나 빅테크, 반도체는 20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들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훨씬 높음에도 말이다. 이제 몇 주 안에 빅테크 실적 발표가 시작된다. 좋을 것이다. 이 회사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움직이면 시장도 움직인다. 이들이 이번 랠리를 이끌고 있다는 건 좋은 신호다.
▶토마스=기술주를 중심으로 일종의 포모(FOMO, 홀로 소외될까 두려워 추격 매수하는 것)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몇 주 전 저점에서 사지 못한 걸 후회하는 거다. 투자자들은 주가와 이익 성장 사이의 괴리가 좁혀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전쟁 전의 시장 트렌드는 끝났다. 이제 순환매가 시장을 이끄는 동력은 아닐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급망 충격은 197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더 크다. 신흥국에 더 타격이 크겠지만 미국의 경제 성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건 역설적으로 기술주에는 호재(순풍)가 되어 왔다. 인플레이션이 굳어지면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술주에 압박을 가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건 먼 이야기 같다. 지금으로선 기술주라는 버블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계속 부풀어 오를 테니까. 펀더멘털은 탄탄하고 낙관론도 여전하다. 솔직히 기술주는 지금 바깥세상과는 별개의 우주에서 움직이는 것 같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기술주 매수 기회인가' 논의가 뜨겁다"라며 "기술주 가치가 과거 최고치에 비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단순히 '저렴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2021년의 극단적 고점보다는 낮아졌지만, 금리가 올라 미래 수익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졌는데, 이는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라는 겁니다. 골드만은 "모든 기술주가 동일하게 반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두 부류를 나눴습니다. 수익성이 없는 성장주는 여전히 높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봤고요. 반면 강력한 대차대조표와 확실한 이익을 창출하는 우량 기술주는 매력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5. 못 오른 기술주가 오른 하루
S&P500 지수는 0.80% 상승한 7022.95를 기록,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1월에 세운 이전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1.60% 급등해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11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다우 지수는 0.15%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상승세였고, 시장의 폭은 좁았습니다. 동일가중치 S&P500 지수는 오늘 강보합 수준에 그쳤습니다.
엔비디아가 11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1.2% 올랐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주식은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보인 주식이 많았습니다. 마이크론이 2.02% 떨어졌고요. 어제 신고가를 세웠던 램리서치, KLA 등 장비업계도 2.66%씩 내렸습니다.
반면, 소프트웨어 주식은 반등했습니다. 세일즈포스가 3.67%, 서비스나우가 7.29%, 데이터독이 9.49% 치솟았습니다. IGV는 4.4% 뛰면서 이번 주에는 10% 넘게 올랐습니다.
좋은 실적을 발표한 모건스탠리는 4.52% 뛰면서 1997년 합병 재상장 이래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나이키는 주가가 3% 이상 상승했습니다. 엘리엇 힐 CEO가 약 100만 달러 상당을 들여 주식 2만3000주 이상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라이브네이션은 반독점 재판에서 배심원으로부터 독점 평결을 받으면서 6.29% 하락했습니다. 34개 주는 라이브네이션이 시장을 불법적으로 장악해 고객에게 티켓 가격을 부당하게 부과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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