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의 사운드는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과거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보다 직접적이고 강렬한 연주를 보여줬다면, 이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갔죠.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벨벳을 연상시킬 만한 독보적인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거든요. 그 차이를 다시 한번 들어보시죠.”
한국경제신문의 프리미엄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arte)가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아르떼 살롱-세계 3대 오케스트라 프리뷰’ 첫 특강을 열었다. 11월 내한을 앞둔 RCO,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의 고유한 사운드, 역사, 프로그램 등을 심층 해설해 청중의 깊이 있는 감상을 돕는 오프라인 강좌다. 연사는 플루티스트이자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유튜버 ‘일구쌤’ 안일구가 맡았다.
이날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잔향 속에 스며든 황혼의 도시’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은 암스테르담의 미술적 감수성, 공연장의 잔향, 다문화 단원으로 형성된 악단의 특성 등을 자세히 짚어보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안일구는 “네덜란드는 국가명 자체가 ‘낮은 땅’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을 정도로 지면에 굴곡이 없다”며 “이는 RCO가 어떤 파트, 어떤 음 하나도 튀지 않고 전체가 훌륭하게 블렌딩 된 사운드를 강점으로 가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 나라의 사회, 문화를 가장 직관적으로 함축하고 있는 존재가 바로 오케스트라”라고 덧붙였다.
그는 클래식 음악 전공자가 아니면 잘 들어볼 수 없는 명지휘자들의 뒷이야기도 소개했다. 안일구는 “마리스 얀손스가 RCO와 리허설하는 영상을 보면 같은 구간을 여러 번 반복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는데, 이는 계속해서 다른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마침내 그 작품의 깊은 면을 건드리는 방식”이라고 했다.
"연주자들은 흔히 얀손스를 두고 ‘눈빛만 보고 있어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지휘자’라고 합니다. 그럼 굉장히 무서울 것 같은데, 반대예요. 더 혼내도 되니까 계속 그와 연주하길 바란다고 하죠. 그만큼 RCO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지휘자입니다. RCO를 얘기할 때 얀손스는 빼놓을 수 없죠.”
2022년 26세 나이로 RCO의 차기 수석지휘자로 임명되며 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놀라게 한 천재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에 대한 분석도 빠지지 않았다. 안일구는 RCO가 메켈레를 선택한 이유, 2027년 취임을 앞둔 그에게 거는 기대와 우려 등을 찬찬히 풀어냈다.
그는 “아직 완벽히 검증되지 않은 메켈레를 선택한 데에는 지휘 거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하이팅크도 30대 초반 나이로 처음 선임됐을 때 사람들의 의구심이 컸으나, 그가 결국 RCO의 전성기를 이끈 거장이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RCO가 새로운 자극, 실험을 원한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그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그가 RCO에서 만들어내는 연주에선 베를린 필, 빈 필 못지않게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 순간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오는 10일 두 번째 강연에선 ‘베를린 필하모닉–투명한 유리의 도시, 정밀한 구조의 소리’를 주제로 분단과 통일의 역사를 품은 베를린과 포도밭 구조 공연장의 음향 특성 등을 들려준다. 이달 17일로 예정된 세 번째 강연에선 ‘빈 필하모닉–전통을 품은 도시, 황금빛 사운드와 고전의 숨결’에 대해 이야기한다. 빈의 음악적 전통과 무지크페라인 공연장의 공간감, 현악과 관악이 결합한 ‘황금빛 사운드’를 분석할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