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C만 하면 84%는 멈춰”…파이어블록스가 본 원화 스테이블코인 성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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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C만 하면 84%는 멈춰”…파이어블록스가 본 원화 스테이블코인 성공 조건

팀 웨이 파이어블록스 글로벌뱅킹이니셔티브 전무
은행 88%가 사업추진…16%만 상용화 성공
토큰 설계 앞서 상호운용·결제 인프라가 중요
“독자 지갑으론 확장 불가…공유 수탁이 열쇠”

팀 웨이 파이어블록스 디지털뱅킹솔루션 총괄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포인트 제로 포럼(PZF) 2026 현장에서 디지털 자산 인프라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팀 웨이 파이어블록스 디지털뱅킹솔루션 총괄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포인트 제로 포럼(PZF) 2026 현장에서 디지털 자산 인프라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1년 안에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트랜잭션 은행(Transaction Banking)들의 20% 이상이 토큰화 예금이나 스테이블코인 형태의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겁니다. 이미 파이어블록스 네트워크 상 거래량의 65%가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품입니다.”

글로벌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기업 파이어블록스(Fireblocks)의 팀 웨이 글로벌뱅킹이니셔티브 전무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포인트 제로 포럼(PZF) 2026 현장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이미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은 더 이상 가능성 탐색을 넘어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변곡점을 이미 통과했다고 강조했다.

14조달러 이상의 디지털 자산 이전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파이어블록스는 유럽 15개국 37개 주요 민간 은행들이 결성한 컨소시엄 키발리스(qivalis)가 올 하반기 중 발행을 추진 중인 유로 스테이블코인의 안전한 보관·자산 관리를 위한 핵심 기술 인프라를 제공하는 파트너다. 웨이 전무는 UBS 아태지역 디지털 자산 총괄을 거쳐 약 3년 전 파이어블록스에 합류했다.

올해부터 전통 금융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예금 등 디지털화폐 발행과 자산 토큰화(RWA) 사업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선도적인 트랜잭션 은행들의 합산 거래 금융 수익만 연간 2000억달러를 웃도는 만큼 관련 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크다. 트랜잭션 은행은 기업 고객에게 자금 관리, 지급결제, 무역금융 등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웨이 전무는 “3년 전 파이어블록스에 합류하던 당시 블록체인의 주된 활용처는 가상자산 트레이딩이었지만 지금은 전통 금융시장이 주된 수요처가 됐다”면서 “2023년 약 7억달러 수준이던 토큰화 국채 시장은 현재 150억달러로 3년 만에 20배 이상 확대됐다”고 말했다.

◆ 전 세계 금융회사 88% 디지털자산 사업추진…실제 상용화는 16% 그쳐

전 세계 금융회사 대부분이 디지털자산 관련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 단계로 넘어간 곳은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파이어블록스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금융기관 600곳 중 88%가 디지털 자산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실제 운용(서비스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곳은 16%에 불과했다.

예산 확보 측면에서도 금융기관의 88%가 2026년에 디지털 자산 인프라에 예산을 배정했거나 배정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를 확정한 기관 중 53%는 1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 전무는 “개념검증(PoC)을 성공적으로 끝내는 것과 운영·리스크·컴플라이언스·재무팀 전반의 내부 승인을 얻어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리스크와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를 파일럿 초기 단계부터 깊숙이 참여시켜 표준 운영 절차(SOP)와 리스크 프레임워크를 함께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기술적 가능성을 시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운영 구조 전체에 내재화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웨이 전무는 한국 금융기관의 준비 수준에 대해 “중앙화 금융(CeFi) 거래 및 기존 자산 수탁 인프라 측면에서는 비교적 앞서 있다”면서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직결된 발행 권한, 소각 통제, 준비금 운용 등 지갑 거버넌스 역량은 글로벌 평균 대비 상대적으로 덜 성숙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년간 한국을 다섯 차례 방문하면서 한국 은행권의 기술 역량과 탐구 의지가 매우 높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며 “한국 은행권이 글로벌 평균과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지만 출발 자체는 늦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토큰보다 인프라 설계가 먼저

한국 은행권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상호운용성과 결제 계층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웨이 전무는 한국 은행권을 향해 “글로벌 은행들이 범하는 가장 흔한 실수는 토큰 그 자체의 설계에만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상호운용성과 정산 레이어의 설계를 소홀히 한다는 점”이라며 “준비금 보유 주체, 상환 절차, 장애 격리 방안이 토큰 경제 설계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은행들의 컨소시엄 형태로 디지털자산을 발행하고 각기 다른 지갑에 보관할 경우 거버넌스의 복잡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표적 은행 연합 컨소시엄 사례인 유럽의 ‘키발리스’ 컨소시엄은 현재 37개 은행들이 공동 유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공동 수탁 인프라를 파이어블록스를 통해 구축하고 있다.

웨이 전무는 “컨소시엄에서는 은행 간의 의무사항을 통일하고, 누가 누구와 상호작용하고 어떤 데이터를 볼 수 있는지 규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규제 관할권 조건에 따라 토큰화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기술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면서 “파이어블록스는 지갑이 어느 참여 기관에 태깅되어 있는지를 파악해 이자 수익을 자동으로 귀속시키는 방식으로 이 복잡성을 해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어블록스는 이미 유럽의 37개 은행 컨소시엄인 키발리스 외에도 브라질 BRL1 컨소시엄 등 다수 국가의 다중은행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인프라를 구축한 경험을 갖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단일 기관 대 컨소시엄 형태로 구분할 경우, 웨이 전무는 컨소시엄 모델이 단일 민간 은행 발행 방식보다 신용 창출 리스크를 분산해 구조적으로 더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컨소시엄 내 모든 참여 기관의 이사회 동의 없이도 신속한 결정이 집행될 수 있도록 법적 발행 주체와 상환 의무, 준비금 감사, 자금세탁방지(AML) 책임을 참여 기관별로 명확히 배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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