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여름이다. 한 시간 산책쯤이야 거뜬한 열네 살 수리인데 20분을 못 채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에어컨 아래 축 늘어져 누운 모습이 애처로워, 나는 뜨거운 가스 불 앞에 선다. 닭가슴살을 삶고, 단호박을 찌면서, 무탈히 여름을 나자고 청해 본다.
해마다 ‘역대급 무더위’를 경신하는 여름이면 반려인은 긴장한다. 반려동물은 몸이 털로 덮여 있기도 하고, 땀샘이 적어 더위를 식힐 장치가 마땅치 않다. 야외에서는 내리쬐는 햇빛과 치솟는 지열을 받는 면적이 사람보다 넓고, 지면과도 가까워 몸이 금방 뜨거워진다.
반려동물이 더위를 먹으면 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면역력이 약해지고 소화 기능도 떨어진다. 사람도 견디기 힘든 여름. 폭염으로부터 반려동물을 안녕을 사수할 두 가지 핵심 원칙을 실천하자.
체온은 바로 떨어뜨려 주고
사람보다 체온이 높은 반려동물은 더위에 한층 약하다. 기온이 30도일 때 반려견이 체감하는 주변 온도는 40도라고. 그러니 사람이 견딜 만하다고 반려동물도 같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실내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해 열사병을 예방해야 한다.
산책은 오전 7시 전과 저녁 8시 이후에 하고, 중간중간 털에 물을 묻히면 기화열이 주변 온도를 떨어뜨려 준다. 실내에서는 선풍기 바람보다 에어컨으로 공기 자체를 차갑게 만들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쿨매트를 두세 군데 깔아 두면 반려동물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기 좋다.
털 관리도 필수다. 털을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매일 빗질을 해 죽은 털을 제거해 주면 체온이 오르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수분과 단백질 충분히 급여해야
수분 공급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보다 물그릇 개수를 늘려 여기저기 두고 자주 물을 갈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한다. 그릇 아래 아이스팩을 깔면 시원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식욕이 없어 보이면 보양식을 준비해보자. 저지방 고단백의 닭가슴살은 원기 회복 효과가 뛰어나고 소화도 잘된다. 닭가슴살과 당근, 브로콜리를 넣고 죽을 끓이면 반려인도 함께 먹을 수 있다. 황태도 단백질 함량이 높고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염분과 가시를 제거한 뒤 북엇국을 끓이거나 부드러운 포로 급여한다. 달걀 노른자, 익힌 연어, 찐 호박도 무더위에 맞설 기운을 북돋워 준다.
수박도 좋다. 갈증을 해소하고 체온을 내려 주며, 노폐물 배출과 혈압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 씨를 바르고 잘게 잘라 2~4조각 정도만 급여한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9호(25.07.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