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과급 손질론 제기] 대한상의 제주 포럼서 기자회견
“구성원만 행복하면 안된다는 생각” 하이닉스 지급방식 논의 파장일듯
“각국 메모리 공급부족에 아비규환… 칩플레이션 지정학적 갈등 우려
美에도 팹건설, 증설로 물량 늘려야”

또 메모리 공급 부족에 대해선 “아비규환” 상황이라며 “(우리) 정부도 다른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기 시작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향후 미국이나 중국의 견제가 커지고, 지정학적 갈등으로 번지는 등 안보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이해관계자 행복 깨선 안 돼”
최 회장은 15일 제주 서귀시포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스테이크홀더(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깨면서 자기(구성원)가 행복해지면 안 된다는 게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것(생각)”이라고 했다.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 결정한 성과급이 구성원만의 이익을 우선하고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SK하이닉스는 줄곧 국내 반도체 업계의 성과 보상과 관련해 가장 먼저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는 시발점 역할을 해 왔다.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것도 2021년 2월 SK하이닉스가 처음이었다. 이후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이익에 성과급 상한(연봉의 50%)을 폐지하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재계의 ‘N% 영업이익 성과급’ 논란에 불이 붙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성과급 시스템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업계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매출에서 임직원들에게 주는 급여를 뺀 것이 영업이익인데 이를 다시 구성원 몫으로 주는 게 맞는지에 대한 비판이 대표적이다. 이에 주주들은 성과급 지급안을 주주총회 승인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정부도 관련해서 ‘N% 성과급’에 제동을 거는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 노사는 올해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협상 과정에서 앞으로도 작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만 돈 쓸어담는 건 말 안 돼“ 최 회장은 간담회에서 최근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장(팹) 투자 압박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겨냥해 미국 내 반도체 팹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늘 하던 얘기라 특이할 것이 없다”면서도 “미국에도 (팹을) 지어야 한다. 고려 중이고 장소를 찾는 단계”라고 했다. 반도체 증설을 “한국 반도체의 생명줄”이라고도 표현했다.
내년 전체 반도체 수요는 최소 50∼60% 느는데 공급 증가분이 없어 각국의 안보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 팹 증설이 필요한 배경으로 꼽았다. 최 회장은 “메모리를 달라는 엄청난 로비와 압력을 받는다. 고객뿐 아니라 각국 정부까지 나섰다”며 “메모리 확보가 각국의 경제 안보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메모리) 가격은 떨어져야 한다. 지금은 비정상”이라며 마진을 낮춰서라도 물량으로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 올리면 ‘칩플레이션’에 부딪히고 한국이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등 각국의 견제 가능성도 거론했다. 최 회장은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통상문제가 생긴 적이 있었고, 향후 다른 나라의 견제도 있을 수 있다“며 “그렇게 돈을 우리가 전부 쓸어 담기만 하는 건 말이 안 돼 최대한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과거 일본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던 1986년 당시 미국의 견제로 성사된 ‘미일 반도체 협정’처럼, 향후 한국에 불합리한 통상 압박이 재연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놓고 불거진 ‘관치’ 논란도 반박했다. 최 회장은 “전기와 용수, 인재, 부지를 정부와 지자체가 갖춰 주는 곳이면 짓겠다”고 했다. 조건이 맞는 곳에 지을 뿐 정부가 입지를 강요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제주=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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