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 복귀 명령…집에서 근무 26% 유지
젊은 CEO ‘혼합형 근무’ 선호 높아 더 늘어날 것
많은 대기업이 ‘사무실 복귀’ 명령을 하고 있지만, 미국 직장인들의 재택근무 비율은 고착화 단계에 접어들며 사실상 보편적인 문화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년간 홈디포, 타깃, 마이크로소프트, 3M,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은 대대적으로 사무실 출근 일수를 늘리라고 요구해 왔다.
특히 월가의 대표적인 강경파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초 유출된 녹취록에서 “출근해보면 다들 어디 가고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결국 지난해 3월부터 주 5일 전원 출근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대기업 CEO들의 이 같은 호통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로 확인된 실상은 다르게 펼쳐지고 있다.
호세 마리아 바레로, 니콜라스 블룸, 스티븐 데이비스 교수가 공동 진행한 월간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미국의 유급 근무일 중 재택근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집계됐다. 이는 2년 전(27%)과 비교해 거의 줄어들지 않은 수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7%)에 비하면 여전히 3배 이상 높다.
사무실 점유율도 정체되고 있다. 보안업체 카스틀 시스템즈(Kastle Systems)의 카드 키 태그 데이터와 플레이서에이아이(Placer.ai)의 휴대전화 위치 데이터 역시 올해 5월 사무실 방문율이 2019년 대비 약 32~35% 감소한 수준에서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버지니아 대학교의 에마 해링턴 경제학 교수는 “데이터는 ‘재택근무의 시대는 끝났다’고 보는 제이미 다이먼 식의 시각과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복귀 명령과 전체 데이터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로 ‘전체 노동 시장의 구조’와 ‘경영진의 세대 차이’를 꼽는다. 미국 내 1억 6300만 명의 노동자 중 대기업 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스탠퍼드 대학교의 니콜라스 블룸 교수는 ‘CEO의 나이’가 재택근무 수용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40세 이하였던 젊은 CEO들은 고령의 CEO들에 비해 하이브리드(혼합형) 근무제를 도입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블룸 교수는 “기성세대 CEO들은 단순히 재택근무라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 젊은 리더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면 원격 근무 비중이 오히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의 프리트위라지 초드허리 교수 역시 향후 미국의 고용 성장을 주도할 혁신 스타트업들이 초기부터 원격 근무 시스템과 관리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이 미래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재택근무는 자연스럽게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택근무의 정착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해링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재택근무는 육아기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막아주는 버팀목이 되었으며, 미 노동부 통계에서는 출퇴근 제약이 사라지면서 장애인의 고용률이 팬데믹 이후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최근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원격 근무가 미국인들을 더 외롭게 만들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더 큰 문제는 ‘커리어의 장기적 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에마 해링턴 버지니아대 경제학 교수 연구진이 경제학 분기 학술지(QJE)에 발표 예정인 논문에 따르면, 청년층 직장인들은 상사나 선배와 물리적으로 가까이 일할 때 업무 역량이 크게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 근무의 확산이 오히려 대졸 신입사원들의 장기적인 역량 강화와 고용 전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링턴 교수는 “재택근무가 주는 통근 시간 절약 등의 이점은 즉각적으로 체감되지만, 대면 접촉 감소로 인한 부작용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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