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al]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비극으로 치닫는 ‘화려한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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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Musical]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비극으로 치닫는 ‘화려한 절정’

김은정(칼럼니스트, 외부기고자)
입력 :  2025-10-10 13:58:38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고전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백만장자 제이 개츠비와 그가 사랑한 데이지 뷰캐넌의 사랑과 인간의 꿈, 욕망을 다룬 이야기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2024년 무대에 올렸다.

(사진 오디컴퍼니(주) 제공)

(사진 오디컴퍼니(주) 제공)

경제 호황으로 들썩이는 1922년 미국 뉴욕. 흙수저 출신 백만장자 개츠비는 매일 사치스러운 파티를 연다. 미국 중서부에서 온 청년 닉은 개츠비가 보낸 초대장을 받는다. 닉은 개츠비가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는 데이지의 사촌이다. 부유한 톰과 결혼한 데이지는 늘 다른 여자를 만나는 남편으로 인해 공허한 생활을 이어간다. 개츠비는 닉에게 데이지를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오로지 데이지를 다시 곁에 두려는 마음으로 악착같이 돈을 모은 개츠비, 바람 피우는 것이 일상이지만 이상하게도 데이지에 집착하는 톰, 공허함을 파고든 옛사랑 개츠비의 등장으로 삶에 활기를 찾은 데이지, 이들의 사랑, 욕망, 위선, 집착, 갈등을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닉. 작품은 이들 모두의 역할과 시선을 너무나 섬세하게 배려한다. 이렇게 시도한 ‘시점의 분배’는 섬세한 연기력과 풍부한 성량의 배우들, 그리고 빠른 이야기 전개로 더욱 돋보인다.

작품은 원작의 탄탄함을 바탕으로 뮤지컬 장르에 맞추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스피디한 전개를 펼친다. 특히, 원작에서는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시선으로만 풀어낸 반면, 뮤지컬에서는 데이지 뷰캐넌, 조던 베이커, 머틀 윌슨, 톰 뷰캐넌, 조지 윌슨 등 다양한 캐릭터가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담아내며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몰입도를 높인다.

(사진 오디컴퍼니(주) 제공)

(사진 오디컴퍼니(주) 제공)

“모든 노래가 전부 주옥 같아서 전 곡이 킬링 넘버다”라고 평가받는 드라마틱한 음악은 한순간도 빈틈없이 귀를 사로잡고, 찰스턴, 재즈, 보깅, 탭 등 다양한 장르가 버무려진 소울 충만한 군무는 시종일관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던 초호화 세트와 고해상도 LED 영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절정의 호황을 누렸던 1920년대 재즈 시대를 재현해낸다. 또한, 토니상에 빛나는 세련된 의상과 이를 더욱 눈부시게 하는 조명까지, 흠잡을 데 없이 품격 높은 고퀄리티 프로덕션을 선보인다. 원작의 메시지인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대신, 도덕적으로 무너진 1920년대 미국 상류층을 표현하기 위한 무대와 의상 등은 미국적 뮤지컬의 포인트인 ‘쇼’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재즈와 역동적 안무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뉴 머니New money’, 작품의 문을 열고 닫는 ‘로어링 온Roaring on’ ‘마이 그린 라이트My green light’, ‘포 허For her’ 등의 넘버와 매 장면 새로움을 보여주는 세트, 화려한 군무는 관객의 모든 감각을 사로잡는다. 이런 지나칠 정도의 화려함은 결국 허망할 정도의 슬픔과 공허함으로 이어지는 파국적 결론과 더욱 대비되게 하는 요소가 된다.

(사진 오디컴퍼니(주) 제공)

(사진 오디컴퍼니(주) 제공)

Info
장소: GS아트센터
기간: ~2025년 11월 9일
시간: 화, 수, 목, 금요일 7시 30분 / 토, 일, 공휴일 2시, 7시

[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오디컴퍼니(주)]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00호(25.10.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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