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에도 안 나오는 원인 모를 통증… 추간공확장술로 치료 가능할까?

2 days ago 3

척추 유착성 질환 원인과 치료
척추 내 염증으로 생긴 섬유성 유착… 발견 어렵고 통증 부위-양상 달라
‘추간공 확장술’로 최소 침습 치료… 2단계에 걸쳐 유착부위 집중 박리

섬유성 유착으로 꼬리뼈로 진입한 카테터가 접근이 어려운 모습.

섬유성 유착으로 꼬리뼈로 진입한 카테터가 접근이 어려운 모습.
허리 통증이나 다리 저림, 방사통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중 상당수는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하지만 정작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 검사에서는 질환과 관련한 뚜렷한 병변이 발견되지 않거나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초기로 진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자칫 초기 단계의 치료에만 그쳐 통증이 낫지 않아 불안해하지만 실제로는 신경 주변에 발생한 미세한 ‘유착’이 진짜 통증의 원인일 수 있다.

인대 절제로 확보한 공간으로 염증 유발 물질을 씻어내는 모습. 서울 광혜병원 제공

인대 절제로 확보한 공간으로 염증 유발 물질을 씻어내는 모습. 서울 광혜병원 제공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이 개발한 추간공확장술은 척추 신경의 터미널과 같은 추간공을 중심으로 유착을 제거해 공간을 넓히고 염증 유발 물질을 배출함으로써 유착성 질환을 치료한다. 이에 척추 유착성 질환의 개념부터 추간공확장술의 치료 원리와 특징까지 박경우 대표원장에게 자세히 알아봤다.

―척추 유착성 질환이란.

“척추 유착성 질환은 척추 내에서 발생한 염증성 반응으로 생긴 섬유성 유착이 신경다발(신경가지)이나 인대 등 주변 조직에 들러붙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특히 MRI 등 영상 검사로도 잘 보이지 않아 명확한 질환명을 진단받지 못했어도 통증이 심하다면 척추 유착성 질환인 경우가 잦다. 이 질환은 염증성 반응 등으로 발생하는 섬유성 유착과 수술 관련 요인으로 발생하는 수술성 유착으로 나뉜다.”

―섬유성 유착과 수술성 유착의 차이는.

“섬유성 유착은 척추 주변의 손상 혹은 노화된 뼈조직이나 디스크에서 흘러나온 다양한 염증 유발 물질이 일으키는 염증성 반응이 주요 원인이다. 척추관이나 추간공 등의 공간으로 모인 염증 유발 물질이 촉발한 염증성 반응 기전의 결과로 머리카락과도 같은 가느다란 섬유성 유착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결국 해당 공간에 위치한 신경다발(신경가지)이나 주변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인대 조직에 들러붙어 통증을 유발한다. 수술성 유착은 척추 수술 과정에서 유합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된 인공 뼈나 수술로 인해 절제된 뼈조직이 다시 자라나면서 생긴 것이 원인이다. 이 때문에 조직이 훨씬 더 단단하고 치밀한 것이 특징이다.”

―척추 유착성 질환은 왜 통증을 유발하나.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기계적 요인으로 유착된 조직이 신경이나 혈관, 자율신경을 직접 압박해 물리적 통증을 유발한다. 둘째는 생화학적 요인에 의한 유착으로 공간이 막혀 염증 유발 물질이 원활히 배출되지 못하고 신경 주변에 지속적인 생화학적 염증을 유발해 통증을 일으킨다.”

―척추 유착성 질환의 증상과 부위가 다양한 이유는.

“척추 중에서 허리와 관련된 요추만 해도 5개의 마디로 구성되며 뼈마디 사이 양쪽으로 위치한 추간공은 2개씩 10군데가 있다. 따라서 척추 유착성 질환이 △몇 번째 요추 마디에 발생했는지 △같은 마디 중에서도 추간공 외측·내측 혹은 척추관 등 어느 부위인지 △기계적 요인과 생화학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지 △신경가지 외에 혈관이나 자율신경도 눌린 것인지 등의 구체적인 상황과 개인차에 따라서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와 통증의 양상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척추 유착성 질환을 예방하거나 늦출 방법은.

“우선 유착이 덜 생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섬유성 유착은 척추 내의 염증성 반응(기전)의 결과로 나타나므로 염증성 반응을 가속하는 요인들을 최소화해야 한다. 염증성 반응을 가속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비만(과체중), 음주와 흡연, 고지방·고염·고당 등 3고(高) 위주의 불균형한 식습관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균형적인 식습관을 유지하면서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금연과 절주를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추간공확장술로 어떻게 치료하나.

“추간공확장술은 크게 두 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에서는 꼬리뼈 접근법(in-out)으로 천추열공이라는 구멍을 통해 경막외 카테터를 진입해 1차로 병변 부위에 통증 완화 약물을 전달하고 플라스틱 관의 물리적인 힘으로 유착 부위를 박리한다. 2단계는 추간공 접근법(out-in)으로 특수 키트를 옆구리 방향에서 추간공으로 접근해 추간공 내·외측의 인대를 절제해 공간을 넓혀주는 방식으로 유착된 부위를 집중 공략한다. 즉 두 단계에 걸쳐서 양방향으로 유착 부위를 집중 박리하므로 추간공 깊숙이 숨어 있는 유착도 정밀하게 치료 가능하다.”

―추간공확장술의 치료 원리는.

“추간공에 확보된 공간 덕분에 신경가지, 혈관, 자율신경 등의 눌림이 해소되고 해당 공간으로 염증 유발 물질을 밖으로 배출하므로 통증을 유발하는 기계적 및 생화학적 요인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즉 배수구 철망(추간공 인대)에 이물질(섬유성 유착)이 잔뜩 껴 꽉 막힘으로써 물이 빠지지 않고 차 있는 상태에서 특수 도구로 배수구 철망 일부를 뜯어내 확보한 공간으로 물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상황과 유사하다.”

―추간공확장술의 차별점은.

“인대 절제 외에 다른 조직의 파괴나 제거가 없는 최소 침습적 방식을 근간으로 한다. 따라서 근손실이나 흉터가 거의 없다. 치료 과정이 부분 마취로 진행되므로 당뇨나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이나 고령으로 전신마취가 어려운 경우도 적용이 가능하다. 추간공확장술로 유착은 제거할 수 있지만 염증성 반응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식습관, 체중 관리, 금연·절주, 규칙적인 운동 등은 시술 후에도 반드시 병행해야 재발을 막고 예후를 좋게 할 수 있다.”

김신아 기자 s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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