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 최대주주 측인 MBK파트너스(MBK)가 미국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프로젝트를 주제로 한 호텔 리셉션을 개최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있다.
국내에서는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대주주 책임론이 정치권과 금융권,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대외 행보를 이어간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고갈로 지난 13일부터 전국 대형마트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서울회생법원은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고 오는 17일까지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2,000억원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청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과 노동계의 MBK 책임론은 여전히 거세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MBK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에 MBK 관련 투자와 위탁운용사 자격 등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MBK 본사 앞에서 연좌농성을 이어가며 대주주의 책임 있는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채권 회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협력업체와 투자자 피해가 현실화되는 상황이지만 MBK는 메리츠금융그룹이 제공하는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에 대해서만 연대보증을 제공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MBK 간 대화도 결국 불발됐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에 따르면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예정됐던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의 면담은 MBK 측이 당일 오전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무산된 것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홈플러스 사태가 악화하는 가운데 MBK는 미국에서 고려아연 프로젝트를 앞세운 대외 행보를 이어갔다.
14일 업계와 미국 테네시주 경제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MBK와 영풍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호텔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 관련 리셉션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MBK 대표업무집행자인 윤종하 부회장 등 MBK 및 영풍 관계자를 비롯해 미국 현지 로비업체 관계자와 테네시주 지역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MBK와 영풍은 자신들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그룹(Largest Shareholder Group)'이라고 소개하며 프로젝트 크루서블 지원과 협력의 주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하 부회장은 행사에서 MBK의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 등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MBK 홍보영상 등도 상영됐다. MBK 측의 영상에서는 "좋은 회사를 인수해 더 나은 회사로 만든다"는 MBK의 투자 철학이 소개됐고 MBK와 영풍의 협력 모델이 다양한 투자 프로젝트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사회자 등을 통해 강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MBK가 미국에서 복수의 로비업체를 선임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 등을 통해 현재 스콰이어 패튼 보그스(Squire Patton Boggs), 더 매키언 그룹(The McKeon Group), 체크메이트 퍼블릭 어페어스(Checkmate Public Affairs) 등 미국 로비업체 3곳을 선임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리셉션과 같은 대외 활동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더욱이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기술진이 사업 초기부터 직접 기획하고 추진해 온 미국 투자 프로젝트다. 반면 MBK와 영풍은 지난해 프로젝트 발표 직후 미국 정부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반발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려아연과 별도 협의 없이 미국에서 '최대주주 그룹'을 내세우며 프로젝트의 지원과 협력의 주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기존 행보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 핵심 기술진과 노동조합 역시 경영권 분쟁 초기부터 MBK·영풍과의 동행을 거부하며 현 경영진을 공개 지지해 왔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MBK 파트너스는 "미 제련소 사업의 전략적 가치를 단 한 번도 부인하거나 반대한 적이 없다. 가처분을 제기했던 것은 최윤범 회장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대주주를 배제한 채 무리하게 추진하려 했던 '비정상적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과 '불투명한 의사결정 절차'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은 고려아연 투자 건과는 전혀 다른 투자사의 현안이며,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선의 해결책 도출을 위해 치열하게 풀어나가고 있다"며 "성격과 주체가 완전히 다른 두 사안을 무리하게 연결 지어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MBK가 해결해야 할 국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고려아연 프로젝트의 핵심 협력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행사를 개최했다"며 "정작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해 온 고려아연 경영진과 기술진과는 대립을 이어오면서 대외적으로는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메시지를 낸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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