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폭동 보며 울분 삼켰던 주부 "한국계가 나서야" 美정계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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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폭동 보며 울분 삼켰던 주부 "한국계가 나서야" 美정계 입문

입력 : 2026.04.14 17:46

주한 美대사에 두 번째 한국계 … 트럼프, 미셸 박 스틸 지명
서울서 태어나 스무살에 이민
영어·한국어·일본어에 능통
'선출직' 조세형평국 위원 활동
2021년 공화당 하원으로 입성
트럼프 신뢰받는 지한파 평가

사진설명

"자랑스러운 한국계 미국인, 아내, 어머니, 전 미국 하원의원. 미국의 꿈을 실현하며 살아가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자신을 이렇게 설명하는 한국계 여성이 한국과 미국 외교의 교량 역할을 맡게 됐다. 한국계 여성으로는 한미 수교 이래 최초로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인 미셸 박 스틸(70·한국명 박은주)이 주한미국대사에 지명됐다.

13일(현지시간) 백악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첫 주한미국대사 지명을 발표하고 연방 상원에 인준을 요청했다. 인준이 완료되면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 이후 1년3개월 넘게 공석이었던 주한미국대사 자리를 채우게 된다. 청와대는 이날 "스틸 내정자가 향후 정식으로 임명되면 한미 관계 강화와 한미 양국 국민 간 우정 증진 등을 위해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식적으로 환영 입장을 밝혔다.

스틸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성 김 전 대사(2011~2014년) 이후 두 번째 한국계 주한미국대사 기록을 세우게 된다.

스틸 지명자는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유력한 주한미국대사 후보군으로 거론됐다가 이번에 최종 낙점을 받았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등 공화당 하원 전현직 지도부도 그를 주한미국대사로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스틸 지명자의 부모는 북한 출신으로 한국전쟁 직후 월남해 서울에 정착했다. 스틸 지명자는 한국과 일본에서 청소년기를 보내 한국어·일본어·영어에 능통하며 1975년 어머니, 두 여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사연은 미국에서도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적 사례로 언급된다.

어머니가 영어를 못하는 상태로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며 세금 문제로 고생한 경험이 스틸 지명자의 정치 입문 동기가 됐다고 알려졌다.

스틸 지명자는 페퍼다인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LA 폭동 사태를 계기로 한국계의 정계 진출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장을 지낸 공화당 핵심 인사인 남편 숀 스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1993년 LA시장 선거캠프에 참여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숀 스틸 변호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자금 모집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 지명자는 2007~2015년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당시로서는 미국 내 한인 선출직 공무원 중 최고위직에 올랐다.

이후 2021년부터 4년간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다. 하원의원 재임 기간에 중국의 인권 침해에 반대하는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대만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입법에 참여하는 등 중국 견제에 앞장서왔다. 2015~2020년에는 오렌지카운티 슈퍼바이저(행정책임자) 제2선거구 대표를 지냈다.

공화당 내 대표적 '지한파'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지지했으며, 북한 인권 및 한미 이산가족 상봉 법안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2021년 일본군 위안부 역사 왜곡 논문에 대해선 "역겹다"고 발언하며 강력 비판했다. 2024년 11월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650표 차이로 석패해 낙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직전인 2024년 10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를 공식 지지하기도 했다.

한국을 '친정'이라고 표현하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백악관과 소통 채널을 갖고 있는 스틸 지명자가 대사로 활동하면 양국 최고위층의 소통에 있어 '교량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상응 서강대 교수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대사 자리가 메워졌다는 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미국이 한미 동맹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확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의 행보를 예측하기 어렵고 메시지가 혼란스러운 경우가 있는데, 새 대사가 미국의 여러 사안에 대한 입장을 한국에 명확히 전달해주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틸 지명자는 현재 숀 스틸 변호사와의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 서프사이드에 거주하고 있다.

[김슬기 기자 /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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