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작곡가 윤이상의 타계 30주년을 맞아 TIMF앙상블이 한국 현대음악의 매력을 서울에서 선보인다. 윤이상을 비롯해 신동훈, 진은숙 등 세계적으로 활약한 한국인 작곡가의 작품들을 연주한다.
TIMF 앙상블은 “오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공연 ‘윤이상 타계 30주년 기념: 이상을 바라보다’를 선보인다”고 2일 발표했다. 이 악단은 윤이상의 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한국 현대음악의 역사와 미래를 잇겠다는 취지로 이 공연을 마련했다. 연주곡은 윤이상의 후기 실내악 곡인 ‘만남(1986년 작품)’ , ‘거리(1988년)’ 등과 진은숙의 ‘구갈론’, 신동훈의 ‘사냥꾼의 장례식’ 등이다. 한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사랑 받았던 작곡가들의 작품들이다.
TIMF앙상블은 지난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에서 LA필하모닉이 연 ‘서울 페스티벌’에서 구갈론을 연주해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 LA타임즈가 “언어를 초월한 환희의 소리”라고 극찬했던 공연이다. 이 악단은 2023년 프랑스 파리 프레장스 페스티벌, 지난해 예술의전당 기획 시리즈인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에서도 구갈론을 연주하면서 이 곡에 관한 세계 최고 연주 악단으로 자리매김했다. TIMF앙상블은 2001년 통영국제음악제(TIMF)를 홍보하는 취지에서 창단됐다. 현대음악을 주로 연주한다.
구갈론은 진은숙이 중국 홍콩과 광저우를 여행하면서 떠올렸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낡은 골목과 시장 풍경은 그에게 1960년대 서울의 유랑극단을 환기시켰다. 이 경험은 6개의 음악적 장면을 작곡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는 프루스트 현상을 음악적으로 승화한 사례로 꼽힌다. 프루스트 현상은 감각적 자극을 받아 과거를 떠올리게 되는 현상이다. 프랑스 20세기 최고의 소설가로 꼽히는 프루스트가 쓴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진은숙은 ‘대머리 여가수의 비가’, ‘틀니 낀 점쟁이의 비죽거림’과 같은 익살스러운 장면들을 소환해 현대적인 민속 음악을 빚어냈다.
지휘는 전남 여수 태생으로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얼 리(한국명 이얼)가 맡는다. 얼 리는 어린 시절 미국 탱글우드에서 연주하던 첼리스트 요요 마를 보고 첼리스트를 꿈꿨던 음악가다. 미국 커티스 음악원과 줄리어드 음악원을 거쳐 지휘자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안드리스 넬손스와 같은 거장을 만나며 자신만의 지휘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얼 리는 2024/25시즌까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BSO)의 부지휘자를 역임했다. 2022년부턴 앤아버 심포니 오케스트라(A2SO)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