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웨스팅하우스와 분쟁 마침표…"파이 줄었지만 운동장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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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원전, 웨스팅하우스와 분쟁 마침표…"파이 줄었지만 운동장 넓어졌다"

‘K-원전’ 수출의 마지막 걸림돌로 남아 있던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분쟁이 타결됐다. 양측이 협상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한국이 한국형 원전을 수출할 때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대가로 글로벌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과 미국이 ‘팀코러스(team Korea+US)’를 이루는 방식의 합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으로선 개별 사업에서 얻을 수 있는 ‘파이’는 다소 줄지만 뛰어놀 ‘운동장’은 커지는 셈이다.

한수원과 한국전력은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을 종결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오는 3월 말까지인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사진) 건설의 최종 계약을 앞두고 가장 큰 장애물이던 웨스팅하우스 지재권 문제가 해결됐다. 양측은 상호 비밀 유지 약속에 따라 이번 합의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 안팎에선 상당한 수준의 ‘주고받기’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지재권 분쟁의 단초가 된 한국형 원전 노형 APR1400의 지재권이 상당 부분 웨스팅하우스에 있음을 인정하고, 수출 시 일정액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009년 한국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처럼 한국이 원전 수출 대가로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와 핵심 일감 일부를 제공하는 대신 웨스팅하우스는 수주전에서 빠져 한국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수출 협력이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가 협상 과정에서 요구한 ‘지역 안배’ 조건도 상당 부분 반영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선 웨스팅하우스의 전통 시장인 유럽에는 두 나라가 공동 진출하면서 웨스팅하우스가 주도권을 갖되, 신흥 시장인 중동에는 한국이 단독 진출하는 식의 안배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유럽 시장을 양보한 건 아쉽지만 한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원전 시장에 장애물 없이 접근할 권한을 얻게 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계획·추진 중인 원전은 430기에 이른다. 이 중 러시아와 중국이 장악한 시장은 50~60% 수준으로 나머지를 미국과 프랑스 한국 등이 나눠 갖는 구조다. 한·미 양국이 힘을 합치면 러시아와 중국 지분까지도 일부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재권 문제가 한국의 양보로 일단락된 만큼 미국의 핵 비확산 전략이 반영된 ‘수출통제’ 문제에서도 걸림돌이 줄어들 전망이다. 원자력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을 포함해 한·미 원자력 협력은 큰 틀에서 미국의 글로벌 핵전략과도 연결돼 있다”며 “한국이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고 해서 세계 어디든 수출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란 점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모든 측면에서 한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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