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필러' 시장 급성장
LG는 중국·휴젤은 유럽
톡신과 패키지판매 급증
휴메딕스, 남미 집중공략
상반기 브라질 허가 노려
"한국에서 필러 제품은 주로 얼굴용인데, 남미 등 세계 시장에서는 풍만한 몸매를 만들어주는 '보디 필러'를 선호합니다. 보디 필러는 1회 시술에 사용되는 용량이 월등히 많은 데다 현재 시장 점유율도 낮아서 앞으로 영토 확장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K보톡스'에 이어 'K필러' 열풍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글로벌 인지도를 높인 국내 미용기기 업체들이 다음 타자 '필러'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섰다. 필러는 안면 주름 등 꺼지고 처진 피부 부위에 주입하면 볼륨감을 키워주고 주름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품이다.
앞으로 보톡스보다 필러 시장 확장성이 훨씬 커 보이는 이유가 흥미롭다. 최근 남미 시장을 중심으로 엉덩이 등에 시술하는 보디 필러가 인기를 끌고 있는 데다 비만약으로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 피부가 처지는 '오젬픽 페이스(Ozempic Face)' 등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어서다.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3년 국산 필러 수출액은 3억4574만달러로 연간 3억달러 고지를 처음 넘어섰다. 2019년 2억1866만달러였던 필러 수출액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4년 만에 1.5배 수준이 됐다.
현재 국내 필러 시장은 휴젤, LG생명과학, 휴메딕스, 메디톡스 등이 주도하고 있다. 이미 국산 제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70%를 웃돌며 경쟁이 포화 상태다. 이에 국내 미용기기 업체들은 중국, 중동, 남미 등으로 눈을 돌렸고, 각국의 시장 특성에 맞춰 글로벌 진출에 공들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필러 시장은 2023년 60억달러 규모에서 2032년 133억달러로 연평균 10%씩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인 히알루론산 필러 제품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재 전 세계 필러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가 예상되는 곳은 휴온스그룹의 에스테틱 자회사 휴메딕스다. 휴메딕스는 올 상반기 브라질에서 보디 필러 품목허가를 받아 연내에 출시한다는 목표다. 브라질은 가슴, 엉덩이, 골반 등에 시술하는 보디 필러 수요가 전체 필러 시장의 60%를 훌쩍 넘는다. 특히 보디 필러는 팔자주름, 이마 등 얼굴용 필러에 비해 100배 이상 많은 용량이 필요해 용량 확대에 따른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휴메딕스는 엘라비에, 리볼라인 등의 동남아시아·중동 지역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세계 최대 필러 시장인 미국 진출을 위해 연내 임상 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휴젤은 이미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G화학은 중국에서, 휴젤은 유럽에서 각각 필러 제품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필러 '이브아르'로 2013년 중국에 진출한 LG화학은 5년 만에 연 매출 500억원을 넘어섰고, 25%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중국 필러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2018년에는 중저가 제품인 이브아르보다 히알루론산의 점성과 탄성을 높인 프리미엄 필러 '와이솔루션'을 출시하며 제품군을 확장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브아르는 현재 30여 개국에 진출한 상태로 직판 중인 중국과 더불어 태국과 같은 동남아 시장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프리미엄 제품인 와이솔루션의 중국, 유럽 등 주요국 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휴젤의 필러 제품 '더채움'은 리볼렉스, 더말렉스, 퍼스니카 등 다양한 이름으로 세계 48개국에 진출해 있다. 유럽에서만 25개국에 판매 중이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 이상 급성장했다. 휴젤은 현지 맞춤형 영업 마케팅 전략과 톡신 고객군을 집중 공략해 3년 내 자사 필러 제품의 진출 국가를 70개국 이상으로 대폭 넓힌다는 계획이다.
[김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