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새해 첫 경기전망에서 탄핵 등 정치 상황으로 경제심리가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탄핵 정국 속 기업·가계의 심리까지 악화되며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평가다.
(자료=KDI) |
KDI는 8일 ‘2025년 1월 경제동향’을 내고 “생산 증가세의 둔화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짚었다.
계엄·탄핵 정국이 시작된 지난해 12월에는 정치적 영향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으나, 이달 처음으로 정치 상황으로 인해 경제심리가 악화되고 있음을 거론한 것이다. KDI는 지난 2023년 12월부터 ‘내수 부진’이라는 진단을 이달까지 15개월째 이어오고 있는데, 여기에 지난달부터 미국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이어갔다.
KDI는 과거 박근혜 탄핵 정국(2016~2017년)과 비교하면 최근 금융 지표의 변동폭이 크지 않다고 봤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의 경우, 과거 정국 불안기에는 변동폭이 7%나 달했으나, 이번에는 5%대에 머물렀다. 국가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지표인 CDS프리미엄 역시 과거 14bp나 뛰었던 것이 이번에는 4bp 오르는데에 그쳤다. KDI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따라 금융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내수 부진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경제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소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는 과거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가 빠졌지만, 최근에는 1달만에 12.3포인트 떨어진 88.4였다. 이는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최대 낙폭이다. 현재 경기 판단(70→52)은 물론, 향후 경기전망(74→56) 역시 급락했다.
소비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는 0.4% 늘었지만,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9% 감소했다. 승용차(-7.9%), 가전제품(-4.5%) 등 내구재는 물론, 화장품(-9.8%)과 같은 품목에서 소비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KDI는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소비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부진도 계속되는 추세다. 11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63.3%) 투자는 늘었지만, 운송장비(-14.6%)와 일반산업용기계(-9.2%), 전기 및 전자기기(-5.6%) 등 전반적인 기계류 투자는 감소했다. KDI는 “기계류 수입액 등 선행지표도 반도체를 제외하면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건설기성은 7개월 연속 감소해 1997년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역시 최근 증가세가 조정되는 국면이다. 특히 품목별로 보면 ICT 품목이 27.9%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으나, 이를 제외한 품목은 3.6% 감소하기도 했다. KDI는 “증가율이 높았던 전년 동월(11.5%)의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완만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라면서도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출 여건은 다소 악화되겠다”고 전망했다.
한펀 KDI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 경제의 제약 요인”이라며 “선진국 소비 회복, 서비스업 경기 개선으로 글로벌 침체의 위험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