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증권 자회사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대규모 자본금 확충에 나서고 있다. 과거 건전성 관리 차원의 자본 확충과 달리 기업금융(IB), 종합투자계좌(IMA), 모험자본 투자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성장형 증자’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동시에 기존의 은행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증권업을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금융지주들의 ‘자본 재배치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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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전날 약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인 NH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방식이다. 조달 자금은 IMA 사업과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 리테일 신용공여 확대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증자는 작년 8월 같은 방식으로 6500억원을 확충한 지 약 10개월 만이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는 단기적 자본 확충을 넘어 미래 성장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했다.
NH금융뿐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KB금융지주도 지난 2월 KB증권에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KB금융이 증권 계열사에 대규모 자본을 수혈하는 것은 약 10년 만이다. KB증권은 당시 사업 영역 확대와 수익구조 전환을 추진하면서 미래 사업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지주도 올해 초 한국투자증권에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수준의 대규모 자본 확충으로 평가받는다. 조달 자금은 기업금융과 투자 사업 확대를 위한 실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지난 4월 우리투자증권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지난해 증권업 재진출에 나선 이후 조속한 시장 안착과 사업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지주들이 증권사 지원에 적극 나서는 것은 자본시장 중심으로 금융산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업은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성장성이 제한되고 있는 데다 취약계층 지원 등 공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새 정부에서 사실상 ‘준공공재’ 성격의 산업으로 평가받으면서 수익성 중심의 성장 전략에는 일정한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증권업은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 연금, 대체투자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다. 거기다 최근 증시 활황으로 거래 대금과 투자자 예탁금이 증가하는 등 업황 개선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은행보다 증권 부문에 투입한 자본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증시 호황으로 수수료 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등 증권업 경쟁력도 부각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금융지주 순이익에서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5%포인트 증가하며 17%까지 커졌다. 여전히 은행 비중(57.4%)이 가장 컸지만 같은 기간 2.4%포인트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IMA 사업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IMA는 고객 자금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등에 운용하는 초대형 투자은행의 핵심 사업으로, 높은 자기자본과 건전성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들이 증권 계열사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증권사 증자는 단순한 자본 확충이 아니라 금융지주 차원의 ‘자본 재배치 전략’으로 봐야 한다”며 “정체된 은행업을 넘어 기업금융과 자본시장 중심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18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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