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앞두고…트럼프 2기 첫 USTR 보고서 발표
“미국차 韓진출이 우선순위”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비판
30개월 이상 소고기 이어
사과·딸기·배 수입확대 요구
플랫폼법 美기업 차별 언급
원전 외국인 소유제한 지적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한국의 무역장벽은 월령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과 수입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약값 책정 정책 등 그간 미국 산업계가 ‘단골’로 문제제기를 해온 무역장벽이 대거 포함됐다.
USTR은 31일(현지시간) 발간한 ‘2025 무역장벽(NTE) 보고서’ 한국 관련 항목에서 2008년 한미 간 소고기 시장 개방 합의 때 한국이 월령 30개월 미만 소에서 나온 고기만 수입하도록 한 것을 ‘과도기적 조치’로 규정하며 “16년간 유지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이 월령에 관계없이 육포, 소시지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도 거론했다.
미국산 블루베리·감자·체리·사과·배·딸기 등에 대한 시장 접근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한국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계류 중이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보고서는 또 유전자 조작 식품(GMO)과 관련한 한국의 까다로운 규제를 거론하며 “농업·생명공학 관련 한국의 규제 시스템은 미국 농산품에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매년 지적해온 무역장벽으로는 한국의 수입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와 약값 책정 정책이 있다. NTE 보고서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 확대는 여전히 미국의 주요 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USTR은 미국 정부가 한국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배출 관련 부품 규제 문제를 거듭 제기했고, 자동차 수입과 관련한 법을 위반할 경우 한국 세관당국이 업체를 형사 기소할 수 있지만, 세관이 한국에서 제조된 차량을 조사할 권한이 없다는 점도 거론했다.
USTR은 보고서에서 제약·의료기기 산업의 경우 한국의 가격 책정·변제 정책에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화학물질 관리 관련 법률과 시행령에서도 규정 집행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고, 사업상 기밀 정보에 대한 보호도 부족하다면서 이에 대해 미국 수출업자들이 우려를 표시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망사용료 정책과 관련해서는 해외 콘텐츠 공급자가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에게 네트워크 망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다수의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됐는데, 일부 한국의 ISP는 콘텐츠 공급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콘텐츠 제공업자들의 비용 납부는 한국 경쟁자를 이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 관련 무역장벽으로 지상파 방송에 대한 외국인 출자 금지, 케이블·위성방송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 육류 도매업 등에 대한 투자 제한 등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호 관세와 관련해 “어쩌면 내일(4월 1일) 밤 또는 아마 수요일(4월 2일)에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가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전체 각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호관세 부과의 근거가 될 올해 USTR 무역장벽 보고서를 두고 한국 정부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매년 약 40건에 달하는 지적 사항이 제기됐지만 올해는 21건에 머물렀고,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위원회와 작업반을 통해 양자 간 현안을 정기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고서에 언급된 농업 분야 내용은 미국 이해관계자가 매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사항으로 기존 보고서와 유사하다”며 “이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협상 요청은 없다”고 했다.
다만 통상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미국 정부가 밝힌 상호관세 부과 기준이 △양국 간 관세율 차이 △비관세 장벽 △내국세 △환율 △각 정부 정책 5가지로, 이번 보고서에서 제기된 지적 사항이 언제든 상호관세의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시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꼭 지켜야 할 비관세 조치와 풀어줘도 될 비관세 조치를 선별해 협상 카드로 활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번에 언급된 비관세 조치를 두고 미국과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