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율이 2년째 상승 중이다. 결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에서 가장 개방적으로 변화되는 ‘한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동거다. 동거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79.4%가 ‘결혼 준비 과정에서의 동거는 괜찮다’고 답했으며, ‘결혼해서 이혼하는 것보다 동거를 통해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인식도 67%로 높게 나타났다.
#1 우리나라의 혼인율이 2024년 이후 2년째 상승 중이다. 혼인 건수는 2024년 22만 2,422건으로 천 명당 혼인율을 뜻하는 조혼인율(특정 인구 집단의 혼인 수준 측정 수치)은 4.4였다. 2025년은 24만 326건으로 전년에 비해 약 1만 8,000건이 많아졌고 조혼인율 역시 4.7로 높아졌다. 초혼의 나이를 보면 남자는 33.85세, 여자는 31.62세로 나타났다. 하지만 혼인율은 장기적인 추세로 보면 여전히 낮게 유지되는 경향이다.
#2 젊은 ‘비혼 동거’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를 뜻하는 ‘비친족 가구’ 수 통계를 보면 2015년 21만 4,421가구에서 2024년에는 58만 4,13가구로 증가했다. 이 중에서 비혼 동거 확률이 높은 ‘2인 비친족 가구’ 수는 2022년에 이미 46만 가구를 넘었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혼인신고 전 동거 부부의 동거 기간은 1995년 8.4개월에서 2020년에는 14.6개월로 증가했다.
#3 아직까지 동거에 대한 법적 권리, 경제적 지원은 상대적으로 전무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80% 이상이 ‘결혼하지 않아도 남녀가 함께 살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에 대해서는 60% 이상이 긍정적으로 나왔다. 이런 동거 커플의 확산은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 증대와 그 괘를 같이 한다. 개인의 삶에 대한 존중, 결혼에 대한 경제적, 정신적 부담이 동거를 선택하는 주 요인이다.
결혼,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것은 분명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49세 미혼 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2026 결혼관, 동거 등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를 보면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증가했고 대신 결혼을 신중하게 결정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동거’에 대한 긍정적 인식 역시 증가했다. ‘결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3.7%, ‘남녀 모두 혼자 살아도 별 지장 없는 시대’에 79.0%, ‘사랑한다고 해서 반드시 결혼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는 73.9%에 달했다.
이처럼 결혼이 선택이 되고 있는 이유는 ‘개인의 자유와 삶의 만족을 중시하는 가치관 확산’이 63.9%로 제일 많았고, 다음이 ‘주거비 및 결혼, 양육 비용 등 경제적 부담 증가’ 60.3%, ‘비혼·동거, 1인 가구 등 대체 라이프스타일 확산’이 49.8%로 나타났다. 이는 결혼에 따르는 현실적 비용과 정신적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 증가하고 대신 사회적 여건과 인식이 ‘솔로 라이프’에 대해 관대해지고, 경제적 구조도 1인 가구도 편리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30세대의 열린 사고와 개인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 이제 우리도 프랑스의 ‘팍스(PACS)’와 같은 ‘결혼 미리 살아보기’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을 논의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프랑스 ‘팍스(PACS)’ … 미리 살아보기의 좋은 예
동거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79.4%가 ‘결혼 준비 과정에서의 동거는 괜찮다’고 답했으며, ‘결혼해서 이혼하는 것보다 동거를 통해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인식도 67%로 높게 나타났다.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는 60.9%가 찬성했으며 남성은 57.9%, 여성은 63.8%로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또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서로 원하면 할 수 있는 동거’에는 남성 54.9%, 여성 48.4%로 나타났고 ‘양가 부모의 허락을 받은 동거’에는 남성 23.4%, 여성 28.8%가 찬성했다.
실제 수용 가능한 동거로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를 택한 비율은 60.9%로 나왔다. 이에 반해 ‘요즘은 결혼보다 동거가 더 매력적이다’라는 응답은 17.5%에 그쳐, 동거를 결혼의 완전한 대체재로 받아들이는 것에는 여전히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가 사실혼이나 미혼 부모 등 다양한 가족 형태라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많은 이가 공감하면서도 동거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에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높았다.
프랑스는 1999년부터 결혼과 동거의 중간 제도인 ‘팍스-PACS시민연대협약’을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성별에 상관없이 두 명의 성인이 공동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맺는 ‘법적 동거 계약 제도’이다. 1999년 도입 이후 지속적인 법 개정을 거쳐, 현재 프랑스에서는 결혼과 거의 동등한 법적 보호와 세금 혜택을 제공하며 혼인 제도와 대등한 제도로 자리 잡았다.
팍스를 맺은 커플은 소득세 공동 신고, 건강보험 및 실업수당 등 사회보장급여 혜택에서 기혼 부부와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또한 법적 관계가 인정되어 주택 임대 및 부동산 매매 시 은행 대출 등에서도 불리하지 않다. 해지 또한 간소하다.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이혼과 달리, 팍스는 양측 합의 또는 한쪽 당사자의 통보만으로도 쉽게 해지할 수 있다.
물론 결혼과의 큰 차이점도 있다. 아이의 공동 입양은 원칙적으로 결혼한 부부에게만 허용되고, 상속이나 유산 분할 등 권리에 대해서는 결혼과 법적 효력의 차이가 있어 필요 시 별도의 공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간단한 계약 형태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와 맞물려, 프랑스에서는 매년 체결되는 팍스 건수가 전통적인 결혼 건수에 육박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앞지를 정도라고 한다.
애초 프랑스에서도 이 제도를 시행할 때 계약체결과 해지가 쉬워 여러 부작용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 팍스로 계약한 커플의 약 50%가 법적 결혼으로 이어졌고 또한 비혼 출산율도 증가해 사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우리 현실에서 동거를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형태만이 남녀의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회에서 현실적인 제약이 큰 것은 사실이다. 경제적, 사회적 부담과 책임감 증대, 개인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일정한 제약, 여성의 경우 경력 단절과 커리어 중단 문제가 크다.
또한 결혼이 단순히 남녀의 결합이 아닌 아직까지 ‘집안의 결합’으로 인식하는 비율도 많아 시댁, 처가와의 갈등 역시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30세대의 열린 사고와 개인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 이제 우리도 프랑스의 ‘팍스’와 같은 ‘결혼 미리 살아보기’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을 논의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글 권이현(칼럼니스트)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프리픽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8호(26.07.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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