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단순한 보증 기관을 넘어 ‘주택 공급과 주거 금융을 아우르는 종합 공공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킬 겁니다. 이를 위해 현장 중심의 제도 개선과 임직원의 친절 혁신을 생활화하겠습니다.”
지난 1월 말 취임한 최인호 HUG 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HUG 사무실에서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주택 공급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지방 미분양과 전·월세 문제 해결사로 나서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HUG가 전세 사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공공주택 공급 지원 같은 사업을 처리하다 보니 그동안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무게중심이 쏠려 있었다는 것이다.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기 위해 최 사장이 강조한 것은 인공지능(AI)을 통한 리스크 관리와 현장 중심의 제도 개선이다. 3개월간 10곳이 넘는 현장을 다니며 오랜 기간 관성처럼 굳어진 불합리한 관행을 끄집어냈다. 그는 이날 주택 공급의 ‘막힌 혈’을 뚫기 위한 구상도 공개했다. 최 사장은 재선 국회의원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출신으로 다년간의 입법 경험이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둘러본 현장 중 기억에 남는 곳이 있을까요.
“최근 광주 지역 건설업계와 만나 건설임대에 대한 고충을 들었습니다. 시장에 신규 공급을 하는 건설임대업과 기존 매입임대업은 분명히 다른데도 보증 기준을 똑같이 높게 적용하는 게 문제였습니다. 제도를 손질해 건설임대에 대해 보증 한도 초과 때 현금성 담보를 요구하던 방식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HUG의 리스크 상승 우려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합리적 조건’과 ‘불필요한 관행’은 철저히 구분해야 합니다. 보증 한도를 맞추기 위해 추가 담보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회사가 부실해져 보증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관행은 바꾸고 부실을 줄여야 HUG의 리스크도 낮아집니다. 결과적으로 주택 공급도 늘어나게 되고요.”
▷관행 개선이 공급 확대로 이어진 사례가 있나요.
“서울시 역세권청년주택이 대표적입니다. 임대사업자 보증가입이 의무인 상황에서 공사비와 금리 급등으로 사업성이 악화한 사업자들이 보증가입을 하지 못해 1년째 멈춰 서 있었습니다.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분석한 뒤 ‘선보증 발급·후대출 상환’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꿨습니다. 입주자 모집이 지연된 약 10개 사업장, 2000여 가구 공급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장기적으로는 1만6000가구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정부 주택 공급에서 HUG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이재명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공공임대 강화 정책에 HUG의 금융 지원은 필수 요건입니다. 지난 6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공공주도 주택공급 신속 확대를 위한 기본협약’을 맺었습니다. LH가 공공주택 공급 때 주로 활용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에서 민간 건설사의 자금조달 지원을 위한 신규 보증 상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주택 건설 관련 보증공급 강화, 든든전세주택 및 임대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한 공공주택 공급 등 여러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민간 재건축·재개발도 중요한 공급원입니다.
“민간 정비사업에도 꾸준히 보증을 제공해 왔습니다. 이주비, 중도금 등과 관련해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은 없는지 들여다보고 과감히 시정할 예정입니다.”
▷보증기관이지만 주택을 공급하기도 하는데요.
“든든전세주택은 HUG가 보증 사고로 대위변제한 주택을 직접 매입해 수도권과 부산 등에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입니다. 올해 예정은 3000가구 이상으로 전년(1800가구)보다 두 배가량으로 늘어납니다. 다세대·오피스텔 중심에서 최근 매입 대상을 150가구 이상 아파트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신규 사업은 뭐가 있을까요.
“서울 도심지나 역세권에서 ‘허그형 임대리츠’ 사업을 해볼 생각입니다. 기금이 출자하는 현행 공공지원 민간임대와 비교해 HUG가 직접 출자하고 보증해주기 때문에 공신력이 높습니다. 이르면 올 하반기 시범사업을 할 예정입니다.”
▷금리 인상과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큽니다.
“주택분양보증료를 최대 60% 할인하고 보증 한도 상향 등 PF 보증 특례기간도 내년 6월까지 1년 연장했습니다. 보증 문턱은 낮추고 지원 실효성을 높여 위기에 빠진 건설업계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겠습니다.”
▷지방 미분양이 뇌관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준공 전 미분양은 안심환매, 준공 후 미분양은 CR(기업구조조정)리츠 모기지 보증의 투트랙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현장간담회를 통해 안심환매 사업에 대해 대주단의 오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직접 대주단을 설득했습니다. CR리츠는 올해 들어 이달까지 실적이 전년(1966가구)의 50%를 웃돕니다.”
▷빌라 보증비율 하향이 공급을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2023년 5월 전세보증 전세가율 기준을 기존 100%에서 90%로 인하한 뒤 사고는 줄고 위험 매물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지난해 보증 사고금액(1조2445억원)은 전년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가입금액(65조원)은 2022년보다 약 17% 증가했습니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전세가율이 빚어낸 깡통전세 구조가 해소되는 ‘건전화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세가율 기준 추가 하향이 검토됩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행하고 하향 폭도 단계적으로 추진해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겠습니다. 기존 보증 가입자가 보증금을 증액하지 않고 보증갱신 신청 때 주택 가격 심사를 생략하는 ‘무심사 갱신’도 도입할 방침입니다.”
▷AI 등 시스템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요.
“지난해 분양·임대보증사고 사업장 7곳 중 5곳은 건설사의 회생 신청이 원인이었습니다. 단일 사업장과 시공사 단위의 공통 위험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HUG는 9000개가 넘는 건설사, 1000여 개의 부도 건설사 등 700억 건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딥러닝을 통해 보증상품별 사고율과 건설사 부도 예측을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도 있을까요.
“국세청 등 6개 기관에 흩어져 있는 각종 정보를 연계·분석할 수 있게 허용한 법 개정안이 하반기 통과될 예정입니다. 물건 위험도를 AI로 실시간 분석하고 안전한 물건과 위험한 물건을 명확히 구분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임차인이 스스로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최인호 HUG 사장 △1966년 경남 창녕 출생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명예박사
△대통령비서실 국내언론비서관
△부산 사하갑 제20·21대 국회의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제10대 HUG 사장
이유정/유오상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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