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을 현행 배럴당 60달러에서 50달러로 낮추는 방안을 주요 7개국(G7)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조이기 위해 제재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19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20일부터 열리는 G7 재무장관회의를 앞두고 “가격 상한선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 조치는 EU 집행위원회가 마련하고 있는 18차 러시아 제재 패키지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EU 관료들 발언을 인용해 “배럴당 50달러 안팎의 인하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제안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제재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G7은 2022년 12월부터 해상으로 수송되는 러시아산 원유 거래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를 넘지 못하도록 제재해왔다. 이를 위반하면 서방 해운·재보험사들이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압박해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그림자 선단’으로 불리는 비공식 유조선을 통해 제재를 우회해왔다. 이 선단은 선박 소유자와 국적을 위장하거나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끈 채 운항하는 방식으로 제재망을 피했다.
실제로 러시아산 우랄 원유는 수개월간 상한선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돼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커졌다. 이에 따라 EU는 가격 상한 조정과 제재망 보완을 포함한 추가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간의 무조건 휴전안을 거부한 것도 EU의 제재 강화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다만 이번 제안이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미국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러시아 제재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로이터는 “미국이 기존 제재 체제에 계속 동참할지가 향후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