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아이티아이즈 사외이사·화순전남대병원 교수이달 초 미국 샌디에고에서는 세계 최대의 바이오 축제 '바이오 USA(BIO USA) 2026'이 열렸다. 올해로 미국 바이오텍이 태어난 지 꼭 50년. 그 뜻깊은 무대에 두 사람이 나란히 올랐다. 생명공학의 상징인 제넨텍의 최고경영자(CEO)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심장 엔비디아의 헬스케어 책임자였다. 세포를 다루는 기업과 계산을 다루는 기업이 한 무대에서 손을 맞잡는 장면은, 미래 바이오 산업과 정밀의료가 나아갈 방향을 그대로 보여 주는 상징이었다. 이제 새로운 치료제는 실험실의 직관만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읽어 내는 AI와 생명을 직접 다루는 세포치료가 만나는 자리에서 비로소 태어난다.
그리고 오늘, 바다 건너 우리나라 화순에서도 그와 꼭 닮은 소식이 도착했다. 코스닥 상장기업이자 생성형 AI 의료 플랫폼 기업인 아이티아이즈와, 면역세포치료의 명가 박셀바이오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차세대 세포·유전자치료제와 항암 면역치료제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후보물질을 찾아내고, 유전자 전달체를 설계하고,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꼭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우며, 임상시험까지 설계하는 신약개발의 전 과정에 AI의 눈을 입히겠다는 약속이다.
아이티아이즈가 선보인 AI 플랫폼은 전자의무기록과 유전체 정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과 의료영상처럼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하나로 엮어 낸다. 박셀바이오는 지난 세월NK세포와 면역세포치료의 어려운 길을 묵묵히 걸어온 기업이다. 데이터를 읽는 힘과, 생명을 다루는 힘이 마침내 만난 것이다.
작은 협약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장면에서 샌디에고를 보았다. 소크 연구소와 대학, 그리고 수많은 기업이 한데 모여 세계 정밀 의료의 수도가 된 그 도시처럼, 화순에서도 AI 기업과 세포치료 기업이 화순전남대병원을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이 중심에 서고 그 곁으로 기업과 기술이 모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혁신이 자라나는 가장 건강한 모습이다.
돌아보면 화순은 오래도록 외로운 길을 걸어왔다. 지난 20여년, 누가 크게 알아주지 않아도 면역과 백신, 그리고 암이라는 인류의 가장 오랜 숙제 앞에 묵묵히 서 있었다. 화순전남대병원과 이 땅에 뿌려진 면역치료의 씨앗들이 그 긴 시간을 견뎌냈다. 그 외로운 축적이 있었기에 오늘의 만남이 가능했다. AI와 세포치료가, 기업과 병원이, 데이터와 생명이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
이 작은 손잡음이 마중물이라고 나는 믿는다. 마른 펌프에 한 바가지의 물을 부어야 비로소 깊은 지하수가 솟아오르듯, 오늘의 협약은 우리가 오래 꿈꿔 온 '아시아 암허브'와 'AI-바이오 수도'라는 큰 물길을 끌어올릴 첫 한 바가지다. 샌디에고가 그러했듯, 화순의 이 아름다운 만남도 언젠가 세계 지도 위에 선명한 이름으로 남을 것이다. 그 길을, 우리는 오늘 이미 걷기 시작했다.
김형석 아이티아이즈 사외이사·화순전남대병원 교수 mentogood@gmailcom

1 day ago
4
![[사설] 'AI기본권' 기업주도 생태계가 답이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7/21/news-p.v1.20260721.9d28c245dc0a4fa2bd21d62608cc629e_P1.jpg)
![[人사이트] 조남민 엔젤로보틱스 대표 “뇌신호 읽어 움직이는 로봇 시대 연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7/17/news-p.v1.20260717.08ed1475d64a446eb1cfd99d4f953cc5_P2.png)
![[이영의 넥스트 거버넌스] 〈23〉결정한 사람이 기억되는 나라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7/20/news-p.v1.20260720.42abaf697cd54b358e0562e5443a3912_P3.jpg)
![[부음] 박장우(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전무)씨 장모상](https://img.etnews.com/2017/img/facebookblank.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