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이직 경험에 비해
재취업 시장에서 불리
여성은 비교적 차별 적어
우선 창업을 시작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직장인보다 기본적인 업무 능력이나 기획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안정적인 월급을 포기하고 미래 소득이 불확실한 창업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상당한 자신감이 없으면 어려운 결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논거로 창업자의 스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이들이 창업을 하지 않고 직장에 남아 있었을 때, 혹은 이직했을 때 성과가 좋을지 비교 기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런던비즈니스스쿨, 오리건대 런드퀴스트경영대학원 공동 연구진은 창업했던 여성들이 나중에 재취업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를 살펴봤다. 연구진은 오딧 연구(Audit Study)라는 방법론을 활용해 실제 구인 광고에 가상의 이력서를 투고해 얼마나 인터뷰 요청을 받는지를 조사했다. 미국에서 창업 활동 수준이 서로 비슷한 12개 도시를 선정하고 남녀 비율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인사 혹은 마케팅 관련 업종의 구인 광고를 표본으로 삼았다. 각각의 구인 광고에 이력(이직 혹은 창업)과 성별(남 혹은 여)이 무작위로 바뀐 이력서를 보냈다. 이력서에 나와 있는 이름을 남자 이름인 조(Joe)에서 여자 이름인 케이티(Katie)로 무작위로 바꾼 이유는 창업 경험이 재취업에 주는 영향에 남녀 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창업 경험을 가진 사람의 11%가 면접 요청을 받은 반면에 이직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약 17%가 면접 요청을 받았다. 즉, 창업 경험이 이직 경험보다 약 6%포인트만큼의 부정적인 차별을 받은 것이다. 이런 차이는 남성의 경우 더욱 심했는데 남성이 약 9%포인트 차이의 차별을 받은 반면에 여성은 약 4%포인트의 차별을 받았다.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많은 직장인, 특히 중간 관리자들이 ‘회사를 나가 창업을 해볼까’라는 고민을 한다. 최근 10년간 정부가 주도한 창업 열풍도 이런 고민에 기름을 부었다. 경력을 쌓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창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연구는 일반적으로 취업 시장에서 여성이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재취업 시장에서는 여성들이 창업 경험을 통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크지 않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준다.
이용훈 텍사스 A&M대 경영대학 교수 yglee@tamu.edu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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