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유통 취업 13년만에 최저
지난달 제조업과 도소매업의 40, 50대 취업자 수가 통계가 개편된 2013년 이후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에서도 이들 연령대의 취업자 수는 12년 만에 최소였다. 전체 고용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왔던 산업군에서 4050세대의 고용이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의 ‘허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24일 동아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40, 50대 제조업 취업자 수는 222만7000명이었다. 산업 분류가 개편된 2013년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최저치다. 도소매업 취업자도 153만5000명으로 개편 이후 가장 적었다. 건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2만9000명 줄어든 106만9000명으로 2013년(104만6000명) 이후 최소였다.
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계의 가장 역할을 하는 4050 일자리까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기업들의 구조조정 대상이 대부분 40, 50대”라며 “중장년은 가정에서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인 만큼 이들 세대의 고용 불안은 노후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50대 10만명 급감, 제조업도 찬바람… 생업 잃는 가장들
제조-도소매업 ‘4050세대 취업자’ 13년만에 최저
내수부진 ‘4050 고용시장’ 직격탄
제조-유통도 인력 감축 비용 절감
홈플러스-LGD등 희망퇴직 줄이어
“통신-서비스업 등에 인력 재배치를”
지방의 소규모 건설사에서 7년간 근무했던 김모 씨(59)는 최근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퇴사 통보를 받았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주로 참여해 왔던 회사라 그나마 건설 경기 부진 여파를 피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마저도 일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생 자녀가 있어 일을 오래 쉴 수 없다”며 “평생을 건설 분야에서 일했지만 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 최근에는 다른 분야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며 4050세대 ‘가장’들마저 고용 시장에서 버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취업자 수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110만 명 아래로 떨어지는 등 건설업 고용이 부진하면서 50대가 직접적인 충격을 받았다. 제조·유통 기업들도 희망퇴직 움직임을 보이며 고용시장에서 4050세대가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110만 명 밑돈 4050 건설업 취업자 24일 동아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40, 50대 건설업 취업자 수는 106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2월 기준으로 4050세대 건설업 취업자 수가 110만 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도소매업과 비교해도 건설업 취업자 수 감소 폭이 가장 컸다.건설업의 고용 부진은 특히 50대에서 두드러졌다. 지난달 50대 건설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만7000명 줄었는데, 이는 40대(―3만2000명)의 3배에 달하는 감소 폭이다. 연로한 부모와 독립하기엔 어린 자녀를 모두 돌봐야 하는 50대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50대는 40대와 달리 인구 감소 효과도 크지 않다. 지난달 50대 전체 취업자 수는 8000명 줄었는데, 이는 인구 감소 폭(―1000명)보다 크다. 이에 따라 고용률도 0.1%포인트 감소했다. 고용률이 감소한 것은 50대와 청년층(15∼29세)뿐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률 감소는 인구 구조의 영향을 제외하고도 고용이 악화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도 하지 않고 따로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50대 ‘쉬었음’ 인구도 지난달 1만4000명 증가했다. 대학생 딸을 둔 김모 씨(52)는 최근 3개월 동안 건설 현장에서 일한 날이 열흘 정도에 그쳤다. 이틀에 하루꼴로 일하던 것이 지난해 말부터는 일주일에 하루도 어려워졌다. 김 씨는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건설 현장에서 일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경기가 되살아나기는커녕 계속 악화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허리띠 조이는 기업에 4050 고용 충격 우려
문제는 제조업, 유통업 등에서도 희망퇴직이 확산되며 경기 악화로 인한 실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도소매업의 40, 5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만4000명 줄었다. 40대와 50대 취업자가 모두 감소한 탓이다. 온라인 유통 업체와의 경쟁이 심해지는 데다 내수 침체까지 겹쳐 유통업계의 비용 감축 기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는 점포를 정리하면서 임원은 물론이고 일반 직원 수도 줄이며 허리띠를 조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기 전인 지난해 12월 부산·울산·경남 지역 점포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번 희망퇴직에는 약 400명의 직원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제조업 역시 희망퇴직을 검토하거나 실시하고 있다. 이달 14일 현대제철은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언한 뒤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년 만에 사무직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보통신업, 서비스업 등은 고용이 늘어날 여지가 있는 반면에 제조업, 건설업 등은 고용 여력이 점차 줄고 있다”며 “고용 잠재력이 높은 쪽의 비중이 늘어날 수 있도록 인력을 재배치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