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씽’에서 두건을 쓴 세기말 아이돌로 돌아와 헤드스핀을 했던 강동원보다, 허우적대며 정체불명의 랩을 하는 엄태구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39주째 2위를 기록했던 발라더 최성곤 역을 맡은 오정세의 킹받도록 차분한 단발 머리였다. 그가 부른 ‘니가 좋아’는 멜론 핫100에 진입했으며 뮤비는 230만 회(6월 15일 기준)를 기록 중이다. ‘와일드 씽’ 간담회에서 배우 오정세를 만났다.
“여러분의 사랑에 힘입어서 스크린을 찢고 밖으로 나온 여러분의 사랑, 최성곤입니다!“ SNS ‘니가 좋아’ 열풍의 주인공 ‘최성곤’의 ‘성곤탄신일’이었던 지난 13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메가박스 코엑스, CGV 용산아이파크몰 등 서울 주요 극장에서 열린 특별상영회와 무대인사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한쪽 눈을 가린 시그니처 단발에 천사 날개를 착용한 채 장미꽃을 들고 극장을 찾은 오정세는 ‘니가 좋아’를 부르며 등장, 객석 곳곳을 누비며 ‘곤듀’(‘최성곤’ 팬덤명)들을 향해 시그니처 ‘러브 유’ 포즈를 선보였다.
“‘신 스틸러’로 불리던 남자는 ‘동백꽃 필 무렵’에서 차기 옹산군수를 꿈꾸던 노규태, ‘폭싹 속았수다’에선 한량 남편 염병철, 최근 종영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선 진상 후배를 못 이겨먹어 안달인 박경세 감독을 맡아, 지질하지만 종국엔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캐릭터로 주연 못지 않게 사랑받았다.
“‘극한직업’ 이후 웃음기 최고”라는 리뷰들이 달린 영화 ‘와일드 씽’에서 그는 재기를 꿈꾸는 발라더 최성곤 역을 맡아 호흡과 표정만으로도 극중 코미디의 8할을 책임진다.“
‘놀랍도록 잘 먹은 파운데이션과 선명한 립 컬러, 매끄러운 머릿결 때문에 더 킹받는다’. 성곤의 라이벌 ‘최성군’으로 분해 ‘니가 좋아’ 뮤비 카피에 이어 포수 버전까지 찍은 배우 류승룡이 ‘오정세의 인생을 훔쳤다’는 평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AI 버전, 흑인, 트로트 버전 최성곤에 이어 에스파 윈터와 몬스타엑스 기현, 보이넥스트도어 태산 등도 ‘니가 좋아’ 챌린지에 참가했다.
실제 가수 활동 논란을 불러일으킨 극중 최성곤의 인스타그램(@hearthunter_gon) 영상에는 팬명인 ‘곤듀’를 위한 게시물들이 가득하다. 영화 ‘와일드 씽’은 갑자기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 기회를 잡기 위한 도전을 그린 코미디 영화로, 오정세는 20년 전 최고의 발라드 가수였던 자신의 인기를 막아선 트라이앵글을 다시 만난 자연인 포수 최성곤 역을 맡았다.
20년 전 발라드 가수 ‘최성곤’ 캐릭터에 도전한 계기?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캐릭터도 신선하고 귀여웠다. 손재곤 감독님과 어떤 식으로든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먼저 손 내밀어 주셔서 같이 하게 됐다.
‘와일드 씽’ 촬영 중 스스로 가장 도전이었던 것은?
안무 담당 황현우(강동원), 보컬 변도미(박지현), 래퍼 구상구(엄태구)로 구성된 트라이앵글은 3인조라 무대 위에서 공연할 때 서로 의지가 됐을 텐데 난 혼자 많은 관객들 앞에서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했다. 공연장 장면이 가장 도전이었다. 기회가 되면, 엄태구 씨처럼 랩에도 한번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노래 연습 장면들, 랩 장면들, 헤드스핀 등 자기 파트를 계속 연습했던 것이 기억난다. 각 신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서로 막 머리를 짜냈었다.
가수 역할을 맡아서 부담이 많았을 것 같은데. 음악적으로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현장에서 “액션!” 하면 갑자기 가사도 잊어버릴 것 같았다. 머리가 멍해져서 스스로 싸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가수들이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때 빨대로 호흡법을 연습하는 게 있더라. 남들이 봤을 때 과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편의점 빨대 뭉치를 차에 두고 불면서 계속 호흡 연습을 했다. ‘절실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성곤이 공연장으로 가기로 결심한 시점부터 노래를 부르는 순간까지 최대한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차에 앉아서도, 경찰차에서 내려서도 계속 달리는 마음으로 연기했던 게 기억이 남는다.
발라더로서 여심을 사냥하고 포수로서 멧돼지 사냥에도 나섰는데, 극중 캐릭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수염이나 긴 머리 등 비주얼적으로는 스태프들, 감독님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성곤이 가수로 실패한 뒤 부모님 산소에 가서 울고 있는데, 멧돼지가 묘를 다 헤쳐놓은 것을 알게 된 후로 포수가 됐다는 비하인드가 있다. 비주얼적으론 사냥꾼이지만 무대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은 절실함을 포현하려 노력했다.
관객들에게 한마디?
따뜻하고 귀여운 영화다. 뭉클함도 있는 영화이니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어바웃필름, 롯데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5호(26.06.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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