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석유 공룡'에서 신재생 기업화…수익성 유지할까 [글로벌 종목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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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13 10:00 수정2025.02.13 10:00

BP, ‘석유 공룡’에서 신재생 기업화… 수익성 유지할까 [글로벌 종목탐구]

‘석유 공룡’으로 불리는 영국의 석유 대기업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가 최근 발표한 2024년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도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2024년 연간 순이익이 전년 대비 35% 감소한 89억달러를 기록하며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하회했다.

이에 BP는 오는 2월 26일 예정된 투자자 행사에서 새로운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머레이 아우친클로스 BP 최고경영자(CEO)는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하고 성과를 개선해 현금 흐름과 수익을 증대시키겠다”고 밝혔다. 반면 BP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사업 전환 전략이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이번 발표를 통해 기존의 사업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BP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BP 경영진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엘리엇은 BP의 주주 환원 확대 및 경영 전략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향후 BP의 기업 운영 방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 유가 반등에도 순이익 35% 감소

BP, ‘석유 공룡’에서 신재생 기업화… 수익성 유지할까 [글로벌 종목탐구]

BP는 지난 2025년 2월 6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년 4분기 실적에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4분기 조정 순이익(RC Profit)은 전년 동기 대비 61% 급감한 27억달러를 기록하며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간 순이익도 89억달러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천연가스 및 정유 마진 축소,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초기 비용 증가, 탄소 배출 감축 목표에 따른 석유·가스 생산 축소 등이 꼽힌다. BP는 2024년 내내 에너지 가격 하락과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기존 석유·가스 부문의 매출 감소를 만회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시장에서는 BP의 실적 부진이 장기적인 투자 전략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다. UBS는 “BP가 기존 화석연료 사업을 급격하게 축소하는 과정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수익성을 충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BP의 친환경 전략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 기업에서 신재생 기업으로… 에너지 전환 성공할까

BP는 에너지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2020년 베르나르 루니 CEO가 취임한 이후 BP는 기존의 석유·가스 중심 기업에서 탈탄소 정책을 강화하며 재생에너지·수소·전기차 충전 사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BP는 2030년까지 기존 석유·가스 생산량을 40% 줄이는 대신 신재생 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풍력·태양광·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에 향후 10년간 550억달러 이상을 투입한다. 특히 2022년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 이후, 미국 내 수소 및 태양광 프로젝트 투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런 전략을 두고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UBS, 모건스탠리 등은 BP의 에너지 전환 전략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JP모건, 골드만삭스는 “석유·가스 사업이 여전히 BP의 주요 수익원이기 때문에 급격한 전환이 기업의 현금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BP, ‘석유 공룡’에서 신재생 기업화… 수익성 유지할까 [글로벌 종목탐구]

한편 BP는 최근 자사주 매입 규모를 확대하며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올해 20억달러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으며, 배당금도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시켰다. 이는 석유·가스 사업 축소로 인한 시장 불안감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BP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월가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BP의 주가 전망에 대해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UBS는 BP의 목표 주가를 42달러에서 45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에너지 전환이 중장기적 투자 매력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JP모건은 목표 주가를 38달러로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의 초기 투자 부담이 예상보다 크고, 유가 변동성이 수익성 유지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BP의 주가는 3455 GBX(펜스)대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지난 6개월간 약 5% 상승했다. 지난해 말 3500 GBX까지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같은 기간 엑손모빌(+8%)이나 셰브론(+7%)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흐름이다.

엘리엇 깜짝 등장…BP 지분 매입, 경영 전략 변화 압박하나

폴 싱어 엘리엇 회장

폴 싱어 엘리엇 회장

최근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BP의 지분을 대거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BP의 경영 전략에 변화가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엘리엇은 BP 지분의 1% 이상을 취득했다. BP 경영진에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과 에너지 전환 전략 수정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엘리엇이 BP에 개입할 경우 주주 친화적인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 강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BP가 올해 20억달러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엇이 보다 공격적인 배당 및 자사주 매입 확대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엘리엇은 과거 엑손모빌, 셰브론 등 다른 글로벌 석유 기업들을 대상으로도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요구한 바 있다.

엘리엇이 BP의 신재생 에너지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엘리엇은 기업 수익성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만큼, BP의 공격적인 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해 현실적인 수익성을 점검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엘리엇의 개입이 BP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RBC캐피털은 최근 보고서에서 “행동주의 투자자의 유입은 단기적으로 BP의 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라며 “특히 BP가 신재생 에너지 부문 투자를 일부 완화하고 기존 석유·가스 사업 수익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할 경우,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BP, ‘석유 공룡’에서 신재생 기업화… 수익성 유지할까 [글로벌 종목탐구]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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