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에서 행복의 본질을 진화심리학적으로 탐구했던 서은국은 이번 책에서 질문의 방향을 ‘왜 행복한가’에서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로 옮긴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행복도를 평가하게 한 뒤, 다른 학생들이 자신을 얼마나 행복한 사람으로 볼 것 같은지 물었다. 결과는 의외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마저 타인의 시선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내가 실제로 느끼는 즐거움보다 남들에게 얼마나 성공하고 행복한 사람처럼 보이는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행복을 연구해온 심리학자 서은국은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너무 어렵고 복잡한 조건을 만들어놓은 것은 아닐까.
책은 행복에 대한 거창한 통념을 하나씩 걷어낸다. 좋은 대학과 직장, 높은 소득과 사회적 성공을 얻으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지만, 정작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오늘 하루에 얼마나 좋은 경험을 했느냐에 가깝다는 것이다. 행복의 총량보다 ‘좋은 경험의 빈도’가 중요한 셈.
책에선 행복을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로 보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생각을 억지로 긍정적으로 바꾸기보다 실제로 기분 좋은 경험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은 막연한 위로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신영복이 남긴 글과 말
『당신이 나의 숲입니다』
나무 한 그루가 홀로 숲을 이룰 수 없듯 인간 역시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신영복 교수의 생각은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지금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신영복의 10주기를 맞아 9명의 작가와 지식인이 그의 삶과 글을 다시 읽고 책으로 엮었다. 김명인, 강원국, 김미옥, 김중미, 김하나, 이동국, 정지우, 정희진, 최재봉은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담론』, 신영복의 서화와 강연을 마주한다. 한 사람의 사상을 정리하거나 해설하기보다, 그의 문장이 자신의 삶에 어떻게 들어왔고 무엇을 바꾸었는지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서로 다른 필자들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은 ‘관계’다. 신영복은 인간을 독립된 개인으로 바라보기보다 수많은 관계의 총체로 이해했다. 아홉 명의 필자는 교육과 문학, 여성, 노동, 글쓰기 등 각자의 경험을 통해 그의 생각을 오늘의 현실로 불러낸다. 오래된 문장이 현재의 문제와 만나는 순간, 신영복의 사상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 된다.
신영복은 한 사람의 힘보다 서로 기대어 만들어내는 관계의 힘을 믿었다.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 사람 역시 누군가와 함께할 때 비로소 더 넓은 세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글 송경은 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9호(26.07.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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