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소수자·아웃사이더”…앤드루 안·이상일, 한국계 감독의 의미있는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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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안 감독·이상일 감독,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앤드루 안 감독·이상일 감독,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한국계 연출자들의 독창적인 개성이 담긴 영화들이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미국계 한국인 앤드루 안 감독의 ‘결혼 피로연’과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의 ‘국보’다. 두 작품은 가족과 혈통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영화적 흥미를 넘어 깊은 공감과 사유를 선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앤드루 안 감독은 영화제의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결혼 피로연’에 ‘한국계’와 ‘성소수자’라는 자신의 2가지 정체성을 동시에 담았다.

영화는 가족에게 성 정체성을 숨긴 동성애자 남성이 성소수자 여성과 ‘위장 결혼’을 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소동극이다. 대만계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1993년 같은 제목의 원작 영화와 달리, 이번 작품은 ‘한국계 가족 이야기’로 각색됐다.

감독은 이 같은 각색에 대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당연한 선택이었다”며 한국식 결혼식과 폐백 장면 등을 통해 한국의 결혼 관습과 가족 관계를 섬세하게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동성애자 커플이 가족이 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성소수자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민도 함께 그렸다. 앤드루 안 감독은 “퀴어로서 가정을 꾸미고 싶다는 제 열망을 담았다”고 솔직히 고백하며,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사랑하는 가족의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일 감독은 일본의 전통 예술인 가부키를 소재로 한 영화 ‘국보’를 영화제 내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선보였다. 야쿠자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가문의 혈통’이 중요한 가부키 세계에서 ‘국보’의 반열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재일 교포 3세인 이상일 감독이 느끼는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폐쇄적인 가부키 세계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 주인공에게 투영한 것으로도 해석돼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이상일 감독은 “고뇌하는 아웃사이더가 예술가로서의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국보’는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에 앞서 이미 일본에서 기록적인 흥행에 성공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사 영화로선 22년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실사 영화 역대 흥행 1위 ‘춤추는 대수사선2’(1260만 명)의 아성조차 위협하고 있다. 내년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영화상 부문에도 일본 대표작으로 출품된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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