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에너지 기업에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차전지주(株)가 큰 폭으로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ESS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고 있는 2차전지 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은 직전 거래일 대비 5만8500원(15.25%) 뛴 44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SDI는 7.3% 오른 67만6000원에 마감했다. 2차전지 소재 업체 주가도 덩달아 상승했다. 엘앤에프는 13.03% 뛴 16만9200원에, 포스코퓨처엠은 3.93% 오른 23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에너지 기업인 DTE에너지와 6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전날 밝혔다. 계약 규모는 16억달러(약 2조4000억원)이며, 계약 기간은 약 2년이다. DTE에너지는 이번 공급 계약을 통해 미시간주 살린 타운십에 설립되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오라클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포함한 8개 전력망 구축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냉각 설비가 24시간 가동돼야 하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뒀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전력을 공급하는 저장장치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DTE에너지에 공급하는 ESS도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하를 안정적으로 제어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신규 수주 목표인 90GWh 중 확보한 신규 수주는 이번 계약을 포함해 10GWh 초반으로 추정된다"며 "하반기에 70GWh 이상의 신규 수주가 쏟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처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지원하기 위한 수주가 많이 확보되면 주가 재평가(리레이팅)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SDI, 엘앤에프 등 2차전지주도 ESS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생산능력이 부족한 업체도 수주가 가능할 만큼 ESS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며 "양산 경험이 있는 업체의 수주는 보다 빠르게 확보되는 추세"라고 짚었다.
장기간 캐즘으로 2차전지주 상당수는 그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올 들어 코스피가 94.23% 급등하는 동안 LG에너지솔루션은 19.95%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초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시가총액 3위 자리를 지키던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6위(우선주 제외)로 떨어진 상태다.
국내 2차전지 업계에서는 미국 ESS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조사업체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지난해 180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391TWh로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의 AI 수요 급증으로 데이터센터 생산능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지역 전력망 노후화와 송전 인프라 연결 지연으로 기존 유틸리티 계약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빅테크의 전력 조달 전략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대규모 ESS 연계형 자가 발전 모델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며 "ESS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함과 동시에 피크 부하 관리와 그리드 독립성을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데이터센터 전력 자립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 ESS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중국 기업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주 연구원은 "미국 내 적격 ESS 공급률은 2025년 40%, 2026년 82%, 2027년 90%로 추정된다"며 "적격 공급 부족분은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으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와 투자세액공제(ITC), 대중 관세 등을 고려하면 중국산은 가격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이수 한경닷컴 기자 2s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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